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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나 때문이겠다

by 김규민 Feb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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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 화단에 핀 꽃

집을 나갈 때

집으로 돌아올 때

너는 나와 눈 맞춤을 하며

인사하고는 했다

수많은 꽃의 호수

너는 작은 배처럼 떠 있었다


너와 보내고 싶다

아름다운 너와 함께 지내고 싶다

옮겨심을까

나의 화분으로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나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골고루 자신을 덮어주던 물이 아닌

한 줄기로 쏟아지는 물의 삶

매일 새로운 아침을 제공해 준 흙이 아닌

뿌리를 속박하는 화분 속 삶

아침이 되면 이슬을 털어주곤 했던 바람

그런 바람이 없는 삶이

그녀에겐 고통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렇다면

내가 떠나게 될 새로운 세상에

너의 뿌리를 내려주지 않을래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나는 잊고 있었다

너를 감싸주는 그 흙으로부터

너를 아프지 않게

상냥하게 옮기는 방법을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침의 이슬을 뒤집어쓴

너의 모습도

바람에 털리는 그 이슬도

아름답구나, 너는

그거면 된 거야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고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 이유는 오직 너 하나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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