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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by 김덕용



[ 찻집 ]



차향 그윽이 감도는 다방에 앉아

남남끼리 보람찬 생을 즐거우라 한다

슬픔을 웃음으로 건네는 넉살이

유행에 편승하여 울리는 음향을 감싸고

자칫 터질 듯한 침울한 숨소리

어디 묻어 눈을 뜰 것인가

가라! 누구와 넋두리 섞으려 하느냐

미소 지어 아양 떠는 네 가슴앓이

어루만져 줄 이가 여기엔 없는가 보다


한 움큼 쥐어 든 손아귀엔

공기보다 못한 잡것이 시시덕거리고

달랠 길 없어 몸으로 울어대는

○양의 모양새가 비애라서 측은스럽다

쓰고도 달짝지근한 커피 한 모금

헤픈 네 입술에 머물 때

조금씩 사그라지는 청춘을 어쩌지 못해

팽개쳐진 나목 되어 허우적대고

한숨 깃든 찻잔엔 파문 일렁인다


멜로디가 감미로운 분위기라

순간으로 낯설고 어색해서

어디에 눈길 두어야 할지 멈칫거려진다

의심을 즐겨 하는 불신보다 더욱

비굴한 거만이나 객기로 거드름 떠는

뭇 사내의 허세가 가련하구나

겸손할 줄 모르는 형상들이

콧노래 흥얼대는 꼬락서니 몰골이여

흔쾌히 차나 마시고 가려무나


삶을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루에 보람을 찾아

친구여! 연인이여! 동반자여!

여기는 만남의 교차점

시달리어 더욱 빛을 밝히고

달구어진 뿌듯한 열정이 오가는 곳

서민의 숨결이 머무는 인정이여

비틀거리는 가슴을 포근히 반겨 맞아줄

찻집엔 다도가 숨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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