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새벽에 깸. 나만 열심임.
운동 7일차.
새벽 걷기를 시작하고
나는 걷기 자세 교정에도 도전했다.
발볼은 넓고 하체엔 살도 넉넉한지라
'그냥 걷기엔 좀 무리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은 디지털로 해결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나는 건강관리 어플의 도움을 받아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으며 걷기!'를 연습했다.
걷기 연습이랄 게 있나? 했지만
정강이뼈 앞쪽 어딘가, 전경골근으로 추정되는
그 녀석이 하루 종일 당기고 아팠다.
숨은 차고, 다리는 욱신거리고...
그래 운동인이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지...
(운동인은커녕 나 지금 그냥 정강이 아픈 아줌마)
그런데 -
살이. 단. 1g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식단은 안 했다.
(이게 뭔 멍멍이 소리냐고요?)
알죠, 아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걷는 사람한테
100g 정도의 보상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분명 일상은 바뀌었는데,
한결의 미덕을 자랑하는 나의 체중계...
나 조용한 거 좋아하는데 넌 너무 조용한 거 아니니? 미동도 없네
하지만
이쯤에서 멈출 순 없었다. 왜냐면
첫째, 피부가 좋아졌다.
기분 탓 아니고요
거울 속 내 얼굴이 뭔가.. 덜 칙칙했어요.
둘째, 자존감이란 게 자라기 시작했다.
아직 여린 싹이지만
장마철 고사리처럼 쑥쑥.
(먹는 고사리, 키우는 고사리 참 좋아하는 사람)
새벽부터 나 자신을 위해 걷기 시작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나는 나를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조차
잘 모르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심스럽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싹트고 있었다.
'나도 가능한 걸까?'
작심삼일 + 작심삼일 그리고 다시 첫날.
어쩌면 아직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섣부른 시기일지도 모르지만
단 하루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보면
작지만 분명한 변화임은 틀림없다.
거울을 볼 때 스스로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게 된 것.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나에게 해주는 순간들을 갖게 된 것.
눈앞의 일들을 어깨 펴고 마주할 용기가
아주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한 것.
그렇게 하루하루, 느리지만
나는 나에게로 향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