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8 댓글 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첫 직장에서 빌런을 만났다.

서점 취직 후, 우울증이 재발했다.

by 다정한 지혜씨 Feb 04. 2025

 대학 졸업 후, 그제야 나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지에 대해서 생각했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 첫 직장으로 서점을 택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내가 사는 동네에 독립서점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 열심히 일했다. 책에 진심인 날들이 하루하루 평안하게 흘러갔고, 매일 책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신간을 제일 먼저 만나는 일상이 즐겼다. 책을 사러 오는 손님들도, 일도, 동료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어딜 가나 있다던 *빌런이 그곳에도 있었다. 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는 빌런인 직장상사의 집요한 괴롭힘으로 또다시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빌런인 그녀는 성희롱도 서슴지 않게 해댔고, 잔부름도 나만 시켰다. 배가 좀 나오면 임신한 거냐고 물어댔고, 커피를 타오라는 둥, 핸드폰을 가지고 오라는 둥, 자기 아들 딸 숙제를 해오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참 내게만 많이도 시켜댔다. 매일을 당하던 내가 못 참고 말대답이라도 비슷하게 하는 날에는 하루종일 까였다.


좇같았다. 나는 그 인간이 좇같다고 생각했다. 표현방법이 거칠지만 그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났다. 그냥 좇같은 인간이 좇같은 일나한테 시켰다.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료들도 나를 불쌍하게 보기 시작했고, 나는 더 이상 그곳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책을 고, 첫 직장을 잃게 되었다.


나는 나를 괴롭던 빌런한테 매일 같이 욕을 했다. 내 귀에, 나만 들리는 욕을 참 열심히도 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그 인간을 더 이상 안 봐도 된다는 현실에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고달팠다. 그 인간이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길, 그동안 한 짓들이 낱낱이 까발려져서 곤경에 처에 지기를 바라고 바랬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고, 매일을 그렇게 증오하다 보니 나 자신이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감싸아 끝이 안 보이는 까만 우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낮과 밤이 구분이 안되었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두 달쯤이 지나자 할머니는 게 엄마와 같이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떻게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몰랐는데 할머니는 내상태를 나보다 더 잘 아셨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정신과를 가게 되었다.


[괴롭힘이란 나쁜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중에 하나다. 당하는 자들은 평생도록 *트라우마에 갇혀서 살고, 잊히지 않고 지울 수도 없으며 몸보다 마음에 깊게 흉터가 새겨진다. 왕따, 집요한 괴롭힘, 제발 그런 것 좀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 누구든 제발 괴롭히지 마시라. 똑같이 겪게 될 테니,]




*빌런

악당, 나쁜 행동, 범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어떤 것을 뜻한다.


*트라우마

위협적 죽음, 심각한 질병, 자신 혹은 타인에게 물리적인,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에 심리적인 외상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 범주를 넘어서 신변에 위협이 될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발생한다.




이전 03화 고2, 벙어리 날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