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사랑하게 될거야

by 굴러가유

새벽 1시 17분.

분명 잠이 쏟아지지만 오는 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k는 두시간 정도 전부터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중이다.


' 달이 너무 밝잖아..'


달이 그녀의 잠을 방해하는 정도는 솔직히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걸 알고있다.

그치만 잠들기 딱 좋은 상태에서 잠에 들지 못하고 있는 그녀는

그 누구라도 탓해야했다.


달은 미워하기에 너무 밝았다.

그 이유라고 하기엔 뽀얗게 이뻤다.

몇번째 일어나 앉아있는건지도 모른채 다시한번 창밖의 달을 올려다보는 k다.


완벽한 보름달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보름달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뭐한것이,

못난것도 아닌것이,

두툼하게 부풀어서는 곱게도 아름다웠다.


k는 자신의 어릴 적 별명이 '보름달'이었다는 것을 갑자기 떠올리고는

막을새도 없이 웃음이 삐져나와버렸다.

얼굴이 동그랗다는 이유만으로 직관적으로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녀는 그 시절 아이들의 순수한 별명짓기 스킬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순수했던 그 시절을 애틋하게 떠올렸다.


완벽한 보름달은 딱 보름마다 한 번.

그 하루를 제외하고는 보름달로 불리지 못하는 저 달이

딱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그렇게 k는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 이번달의 계획을 세우고,

완벽할 수 밖에 없는 나의 균형잡힌 데일리 루틴과 위클리, 먼슬리 루틴들을 세워

중고거래로 저렴하게 구입한 올해 스케줄러에 차곡차곡 적고나면


이번에는 꼭 성공할거라고.

이제는 달라진 내가 될거라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확신을 가져놓고는

며칠 되지않아 세운 게획의 반도 해내지 못하는 k다.


k는 k가 밉다.

싫고, 실망스럽고, 못마땅하면서도 서운하다.

그래서 쏟아지는 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것일수도 있다.


다시금 보름달을 빠안히 바라본다.

이 달도 딱 하루 보름달을 해낸다. 그렇지 못한 날들에도,

그럼에도 달은 성실히 밤마다 떠오른다.


완벽한 보름달이 아닌 날에도,

보름달이 되기에 한참 부족한 손톱같은 초승달에도,

혹은 구름이 가득한 날이라 보이지 않을때에도.


달은 일단 떠오르고 본다.


'달은 달 자신을 사랑하나보다.'


k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일 부족한 내 자신을

남들 다 보라고 하늘 높이 그리 띄울수가 없다.


k는 생각한다.


실패로 반복되는 내 모습이 그 누구보다 싫고 미웠다.

그럼에도 반복되고 있었다는건

나도 모르게 나는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 아닐까.


안개 가득한 밤 하늘 뿌옇게 진동하는 달 아래에서

k는 묘하게 위안을 받고는

그제서야 잠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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