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필

도니 시 곳간 29

by 도니 소소당


하필 ㅡ



컵라면에 물 부어놓고 3분

막 젓가락 꽂고 첫 삽 뜰려고 하는데

하필 그 순간 손님 들어오시네


뜨려던 첫 삽 도로 내려놓고

손님 맞았네 라면은 부풀어터지는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끝이 없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돌아간 손님

부리나케 돌아와 첫 삽을 뜨니

팅팅 불어터진 면빨 수면보다 높이 떳네


이제와서 어쩌겠나 이것도 팔자인걸

없는 것보다 나으려니 고픈 배 달래는데

불어도 꿀맛이라 시장이 반찬이로세



* 5집 '아버지는 역사다' / 2015 / 담장너머

keyword
수, 금, 토 연재
이전 28화무심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