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가 계시는 인천 본가에 갔다 왔다. 동생과 조카 둘, 후추(강아지)를 보고 하룻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요즘 내 안에 꽉 차 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물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라디오 사연을 들으며 오랜만에 기분 좋게, 오랫동안 낄낄되며 웃었다.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묘했다.
이렇게 신나게 웃으면 가슴속이 가벼워지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자주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가볍고, 편안해진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피아노 맨을 들었다. 랜덤 플레이로 다음, 다음을 누르다 손가락이 멈췄기 때문이다. 하모니카가 울리고, 피아노 건반이 눌렸다. 나도 허공에서 박자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했다. (실제로는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 빌리 조엘의 목소리에서 좀 전에 스쳤던 가벼워진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멋진 삶, 그리고 그들의 삶을 노래하는 목소리.
축제 같은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가사를 참고해서 그 장면을 써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가슴속이 가벼워졌던 그 느낌을 담아서.
하지만, 가슴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 기분이 금세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렸을 적 신나는 일을 앞두고 그런 마음을 느낀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문장으로 대체했다.
다시 가벼운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신나게 웃게 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뇌설, 새로운 친구, 올리브, 피아노맨 그리고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곧 발행 예정, <if말고while> 중 미연 서사를 단편으로 살짝 바꿈)까지 다섯 편을 썼다.
올리브에서 구조를 좀 쉽게, 피아노맨에서 글을 좀 더 쉽게 바꿔가며 썼다고 생각한다. 혹시 더 나은 글이 될까? 어떤 글이 정답일까? 싶은 마음에...
하지만 전보다 더 모르겠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내 방식대로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장을 만드는 모든 작가님들 파이팅.!
재미 삼아 덧붙이자면,
선희는 알돈자 역할에 캐스팅되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역할을 자기 방식대로 소화하는 멋진 배우다.
김사장님의 시나리오는 영화가 되었고, 생각보다 크게 흥행했다. 그는 지금도 낮에는 부동산을 보고, 밤에는 시나리오를 쓴다.
경민은 어느새 다섯 권의 책을 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천천히 글을 쓰고 있다. 가끔 김사장님의 부동산에 들러 여전히 티격태격한다.
삼총사 세 명은 모두 스크린 데뷔에 성공했다. 얼마 전 그 셋은 특별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서 찐친의 케미를 보여주며,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바는 주인이 바뀌었고, 공간은 조금 작아졌다. 이름은 ‘Slow Bar - Sienna.’ 여전히 상처 입은 사람들이 들렀다가 오래도록 머물곤 한다. 장편 소설 <if 말고 while>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소설의 바깥에 있다.
소설은 3부에서 끝난다.
나머지는, 각자가 만들어 낸 그들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