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시 이 작은 성공들을 성장으로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금주 38일째. 의도치 않게 깨어난 새벽이었다. 충북에서 온 재난 문자, 삐— 소리와 함께 눈꺼풀이 번쩍 들렸다. 다시 잠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새벽 5시, 몸이 먼저 알고 있는 듯 루틴대로 일어나 거실 베란다로 향했다. 그 순간,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겨울을 몰아내려는 듯 옅은 빛이 하늘을 비추고 있었지만, 아직은 밤과 다를 바 없는 어둠 속에서 하얀 눈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간밤까지 줄지어 서 있던 차량들, 그 빈자리는 검게 드러나 있었고, 남아 있는 차들의 지붕과 도로는 하얗게 덮여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눈이 내렸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 이렇게 눈이 오는 건 꽤 오랜만이다. 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적어도 5년은 지난 것 같다. 눈이 귀한 이 도시에, 오늘은 한겨울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고, 나는 손을 내밀어 떨어지는 눈송이를 받아 보았다. 마치 빗물을 손에 받듯, 조심스럽게. 하지만 빗줄기와는 전혀 다른 감촉이었다. 물처럼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이내 사라지는 느낌. 부드러웠다.
문득, 나이를 들어서인지, 아니면 요즘 소설을 조금 읽어서인지, 사물에 대한 감각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눈이 오네’ 하고 지나쳤을 텐데, 이제는 그 촉감을 손으로 느끼고, 그것이 어떤 감정으로 남는지까지 곱씹고 있었다.
그 순간,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의 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눈이 이토록 많이 내리는 새벽에 출근이라니, 얼마나 힘들까. 나도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 두 달 전만 해도 이런 날이면 외근 나가는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을 체크하고, 고객들에게 차질이 없도록 신경 쓰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며, 이 걱정들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겠지.
그런데 지금 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걱정은 습관처럼 여전히 떠오른다. 아마도,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날이 와야 비로소 내 삶이 진짜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흐르고,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갑자기 눈과 함께 세차게 부는 바람이 들이닥쳤다. 흠칫 놀라 얼른 창문을 닫았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차가운 공기를 뒤로한 채, 평소처럼 명상과 루틴을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새로운 책을 펼쳤다.
브라이언 페이지의 <소득혁명>.
이 책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얼마 전 경제 관련 서적을 읽겠다고 주문한 존 소포릭의 부자의 언어. 분명 경제·경영 서적이라고 분류되어 있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자기계발서에 가까웠다. 뜻하지 않게 자기계발서를 읽게 된 셈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돈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목차도 꼼꼼히 살피고, 내용도 미리 점검하고, 나름대로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이 도착하고 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보문고에서 다시 확인해보니, 이 책 역시 "자기계발" 분야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가.
그 순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경제, 자산, 소득, 돈.
책 표지에 쓰인 이 단어들만 눈에 들어왔고, 정작 이 책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는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무언가에 꽂히면 일반적인 흠이나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 순간이었다.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겠지. 아직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강한 자책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는 없다.
어제 멘탈의 연금술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처럼, 어차피 나는 원래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권 더 읽고 지적 근육을 단련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책을 집어 들고 첫 장을 넘겼다.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들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어제 읽었던 책이 마치 학교 선생님께 혼나면서 배우는 기분이었다면, 오늘 읽은 책은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이해를 못 하면 꾸중을 듣고,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학원에서는 핵심을 콕 집어주며 “이건 시험에 나옵니다”라고 알려준다. 마치 중요한 부분만 쏙쏙 뽑아 가르쳐 주는 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의 독서는 마치 어제 학교 수업을 듣고, 오늘 학원에서 보충수업을 받는 과정 같았다.
어제는 “이거 모르면 매 맞습니다.” 같은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이거 모르면 대학 떨어집니다.”라는 식의 강의랄까.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이미 책방에 정리해 두었으니, 일기에는 손을 얹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되새겨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그 책이 내 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느냐일 테니까.
자기계발, 마부자의 도서관, 그리고 소소한 일.. : 네이버블로그
브라이언 페이지의 소득혁명은 ‘패시브프러너(Passivepreneur)’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자동 소득(passive income)과 기업가(preneur)의 결합어. 쉽게 말해,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자진 퇴사’, 아니,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자진 해고’의 이야기. 부와 소득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주면서,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번다는 것이 곧 ‘놀고 먹으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경제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것이겠지.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자동 소득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노력과 시련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렇게 단언한다.
"자동 소득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뼈를 갈아 넣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아까 내가 떠올렸던 “이거 모르면 매 맞습니다”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졌다. 자동 소득이란 결국, 지금 당장 피땀 흘려야 얻을 수 있는 결과라는 의미일 테니까.
그리고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마음가짐’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간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꿔라” 라는 막연한 말보다
“소득을 만들려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임대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금 당장 집에 남는 방이 있다면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라” 라는 식의 현실적인 조언이 훨씬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선택 오류라고 생각했던 책이, 결국 나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깨닫는다. 예상치 못한 선택이 때로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된다는 것을.
책을 덮고 잠시 거실로 나갔다. 창밖을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아파트 앞 도로도, 주차된 차들도, 가로수도 모두 눈으로 덮였다. 너무 낯선 풍경. 대구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눈이 내린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익숙한 것들 속에서 낯선 감각을 발견하는 하루였다.
바람이 너무 거세서 창문을 열 수 없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눈 쌓인 단지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도 영상을 시청했다. 어제부터 보고 있던 조 디스펜자 박사의 강의, 오늘은 그 마지막 편이었다. 그의 말을 한 번 더 적어본다.
“우리는 변화를 위해 새로운 마음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마음은 새로운 뇌를 만들고, 새로운 뇌는 새로운 마음을 만든다.”
하와이 대저택 - 조 디스펜자
짧지만 강력한 문장. 단순한 구조 속에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새로운 뇌를 만든다."
이 말이 특히 강하게 와닿았다. 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익숙한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쩌면 희망적인 메시지인데, 나는 순간 절망 같은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야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내 안의 작은 변화를 믿어보기로 한다.
모든 루틴을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블로그 후기를 작성하려고 페이지를 열었는데,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달라졌다기보다 없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광고”였다.
몇 일 전, 우연히 이웃 블로그를 보다가 네이버 애드포스트라는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5년 만에 알게 되었다고 하면 좀 창피하지만, 사실이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광고가 나오는 걸 보고, 나는 단순히 글을 작성하고 "글감"이라는 기능을 누르면 광고를 넣을 수 있는 줄 알았다.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은 글을 쓰는 데 집중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해야겠다고 미뤄두었다.
그런데 이웃님의 블로그를 보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정 요건이 갖춰졌다고 생각되면 애드포스트에 직접 접속해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정말 답답한 사람이었다.
더욱이, 신청한다고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정기적인 조회수가 필요하고, 포스팅 글도 일정 개수 이상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엔 ‘나중에 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일단 신청부터 해버렸다. 심사에 보통 일주일이 걸린다고 해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내 포스팅에 광고가 올라온 걸 보고서야 승인 메일이 온 걸 알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애드포스트 수익이 월 몇 천 원 수준이라 경제적인 의미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도전해서 결과를 얻었다는 것."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 도전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작은 성공의 결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들이 모이면 결국 내가 원하는 목표인 큰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될 거라는 희망과 용기의 바탕이 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한때 나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이제 와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지금 새로 시작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닐까?"
"뭐 하나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도전했는데 또 실패하고 좌절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그 질문들이 저 멀리 밀려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작은 성공이지만, 그 성취감은 예상보다 더 짜릿했다. 솔직히 말해서, 술 한잔이 생각날 정도로.
오늘, 승인 메일 하나가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은 성공이 더 큰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내가 가야할 길은 멀다. 그래서 난 다시 이 작은 성공들을 성장으로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그 동력을 에너지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저 길 끝에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일기를 마무리하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뭐, 돈이 왕창 생기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새로운 길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하할 일이야."
그 한마디가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내가 해낸 것 자체를 기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 팔뚝에 새겨진 문장을 떠올려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새길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자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