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여러 수영 관련 사이트에서 수영은 “동적인 명상(moving meditation)”이라는 글을 보고 매우 공감했다.
일단 물에 들어가면,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가닿도록 수영 선생님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있다. 애초에 수영장 자체가 철썩거리는 물소리로 먹먹하기도 하다.) 오직 물이라는 공간 안에 나뿐이다. 기껏해야 들리는 것이라고는 내 호흡이 물을 가르면서 생긴 기포에서 나는, 귀를 간지럽히는 보그르르 소리뿐.
그러면서도 호흡은 해야겠고, 앞으로는 가야겠기에, 머릿속은 어느새 텅 빈다. 살아야 해, 숨 쉬고 싶다, 허벅지 터질 것 같아, 갈 땐 오른팔을 젓고 돌아올 땐 왼팔을 저으랬지? 지금 몇 바퀴 돌았지? T자 언제 나오나(수영장 바닥에는 수영장의 끝에 다다랐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T자 모양으로 파란색 타일이 깔려 있다). 지상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든, 물에 들어가면 그 모든 생각이 뚝 단절된다. 수영장에는 휴대폰조차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에, 디지털 디톡스도 자동적으로 가능하다. 50분간 물속에서, 오로지 물과 나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몸은 아주 활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머릿속은 살고 싶다는 의지 말고는 텅 비어 버린다. 동적인 명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헤엄을 치고 나오면(“자유형 4바퀴! 1분 사이클로 인터벌! 출발! 더 빨리! 팔꿈치 더 올려! 발차기 더 세게!”) 얼굴이 시뻘게지고 팔다리는 후들후들한다. 그렇게 물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올라와 샤워실로 향해, 수모(“수영 모자”의 줄임말이다)를 벗고 물을 틀면, 데워진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샤워기의 물줄기가 차갑게 파고든다. 잠시 물을 맞으며 머리의 열기를 식힌다. 오늘도 끝났다. 무사히 해냈다. 집에 돌아가면 맛있는 크루아상과 카페 라테를 먹어야지. 그리고 오늘도 오늘의 번역 분량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마음에 드는 길가 구석에 잠시 멈춰 서서 정적인 명상도 한다. 짹짹거리는 새 소리와 바람이 나뭇잎을 흐트러뜨리는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어깨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의 온기를 느끼며. 오늘도 오늘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신체가 주어져서, 정신과 의지와 자유가 주어져서, 내가 가용할 시공간이 주어져서, 감사합니다. 내가 해내야 하는 일, 주변의 사람들, 온갖 종류의 애정, 달콤한 휴식, 심신을 단련하게 하는 수영이 주어져서, 감사합니다. 얼마든지 그러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차고 넘치는 힘이 주어져서, 감사합니다. 그럴 때는 내가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금빛 방울들이 손끝 하나하나, 발끝 하나하나까지 따스하게 퍼지는 상상을 한다. 몸 속속들이, 나는 자유로운 힘이 있다.
그런 다음 집으로 가서, 내가 좋아하는 메뉴—크루아상, 카페 라테, 그릭 요거트, 블루베리, 바나나, 그래놀라, 베이글과 크림치즈, 식빵과 버터 중 그때그때 있는 것—로 아침을 먹고, 젖은 수영복을 널어놓는 등 소지품을 정리하고, 가볍게 화장실 청소를 하고(아침에 화장실 청소를 해 두면 하루가 상쾌하다), 스트레칭 및 지상 운동을 하면, 염소 향기가 나는 반쯤 촉촉한 머리카락과 함께 번역 일과가 산뜻하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