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가치를 지켜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승리감
술잔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순간이 있다. 절주를 다짐했지만, 알코올의 달콤한 유혹은 언제나 내 의지력을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종종 그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다.
"좋은 일 있으니까", "주말이니까"이라는 핑계를 대며 잔을 기울이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너그럽다. 하지만 다음 날 반드시 대가를 청구한다. 에너지를 가져가고 자책감을 남긴다. 내가 만든 규칙을 스스로 깨뜨릴 때 느끼는 작지만 분명한 패배감.
그런데 가끔 나는 유혹을 이겨낸다. 술잔 대신 물컵을 택하는 순간, 아쉽고 허전하다. 재미있는 파티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다음 날 에너지가 충만하고 성취감에 뿌듯하다. 선택한 가치를 지켜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승리감.
거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작은 승리들이 쌓이면 분명 달라진다. 한 번씩 이겨낼 때마다 내 안의 자존감이 단단해진다.
절제는 포기가 아니라 거룩한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다지는 자존감이 나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든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