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연재의 마지막 회를 쓰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름 안정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결정된 자가 매도,
갑작스러운 이사 그리고 새로운 동네로 적응하느라 아주 많이 늦어졌다.
근데 더 근본적으로,
남편에게 하는 마지막 질문은
결혼 기간 내내 거의 얘기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할 수 밖에 없다.
남편의 인생에 대해 적는다면, 어렵지만 꺼낼 수 밖에 없다.
먼저 세상을 뜬 누나는... 어떤 존재야?
Husband says...
누나는...
어릴 때부터 나랑 쌍둥이 같은 존재였지.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누나가 죽은 날,
엄마 아빠는 나한테 알리지 않았어.
내가 충격을 받을까봐였지.
근데 어린 나이에도 그날 엄마 아빠가 그날 집에 안 들어오셨는데, 우리 집에 큰 문제가 일어났다는걸 본능적으로 알겠더라고. 몇 일이 지나도 누나가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혼자 짐작을 했던거야.
'아, 누나가 이제 집에 올 수 없구나..'
그걸 짐작을 하고 시간이 한참 또 흐른 뒤에 거의 확신을 했지.
그래서 한 3일을 내리 소리 내서 엉엉 울었던 것 같아.
물론 엄마 아빠 없을 때 울었지.
그때까지 말씀을 하지 않으셨으니까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어.
자라면서 난 누나를 엄청 좋아했는데 누나는 나를 멀리했어.
그게 아쉬웠지만 누나는 충분히 알았을거라고 지금도 생각해.
둘이었다가 혼자가 되면서 나는 점점 외동처럼 성격도 행동도 변하더라고.
하지만 완벽한 외동이라는 느낌은 없어.
왜냐면 어렸을 때 기억이 생생하게 있거든.
진짜 가끔 생각이 나.
엄청 심각하게 생각하는건 아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래, 나도 누나가 있었는데...' 하는 잔상 같은.
지금은 많이 무덤덤해지긴 했지만 확실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
남들의 죽음에 대해서 들으면 '쟤 왜 저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크게 공감을 하지.
마치 내 가족이 죽은 것처럼.
왜냐하면 그때 그 기억은 정말 생생하거든.
그래서 나한테 죽음은 먼 얘기가 아니야.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크게 요동함은 없을 것 같은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신경 쓰게 되지.
갑자기 나쁜 일이나 위급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돼.
그래서 내가 가끔 너한테도 만약 지진이 나거나 북한이 쳐들어 오거나 하면 어디서 만나자, 만일 3일 이내로 안 오면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 길을 도모하자... 뭐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그게 누나의 죽음이 준 영향이라고 할까..
아무튼 실질적으로 외동이지만
기억 속에서는 나는 누나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지...
Wife thinks...
우리 어머님이 정말 자녀와 손자를 끔찍히 사랑하시는 분인데,
가장 애지중지하시는 첫째 딸을 보내셨을 때
남편 앞에서 눈물 한번 안 보이셨다는 것이 항상 경이롭다.
그만큼 남편을 보호하고 싶으셨겠지.
그래서 우리 시댁은 내가 알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THE END
이렇게 연재를 마칩니다.
남편에 대해 30회 정도의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면서
남편도, 나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쓰다보니, 당시에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대부분 이유가 있더라구요.
하나님의 일하는 방식인가봅니다.
앞으로 우리 부부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든 일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쁜 일이 있으면 감사하고 나누기를 원합니다.
그동안 연재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