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다짐한 게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운동이라 봤자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조금 빠른 속도로 걷는 것밖에 하지 않긴 하지만, 그것도 운동이지 뭐.
하지만 흔히 운동 결심은 오래가지 않듯이 나 또한 그러했기에
올 한 해는 마음의 근육도, 신체의 근육도 길러볼 겸 스티커를 하나 사보았다.
어린아이들에게 쓰는 호랑이가 그려진 '참 잘했어요' 스티커.
스티커의 활용법은 운동을 다녀올 때마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하나씩 내 다이어리 달력에 붙이는 것이다.
막상 스티커를 살 때는 일 년 동안 운동 100번은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많은 양의 스티커를 골랐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1월 한 달 동안 생각지도 못하게 다리를 다쳐 하루밖에 운동을 가지 못했다.
1월 달력에 호랑이의 스티커는 단 한 개였다.
그래도 웃고 있는 호랑이 스티커를 보면서 나름 뿌듯했다.
다리를 다쳤어도 운동을 간 것에 의해 뿌듯해하며 스티커를 한참 쳐다보았다.
스티커를 보며 유치원 때 조그마한 행동들 하나하나에 칭찬받던 그 시절이 생각나 한참을 향수에 젖었다.
해맑게 웃으며 풀밭을 뛰어놀던 나의 어린 시절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던 나를, 엄마가 머리를 땋아주며 조곤조곤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그렇게 한참 동안 생각해 봤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 하나에 추억에 젖어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 올릴 때쯤, 지금의 나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며 어린 시절의 나와 상반되어 있는 나를 쳐다보며생각에 잠겼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에도 누군가가 참 잘했다는 스티커를 붙여준다면, 누군가가 잘하고 있다는 표시라도 해준다면,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모든 마음가짐은 외부에 의한 것이 아닌 나 혼자 스스로 깨우쳐야 하고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이므로,
내가 나 자신에게 스티커를 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음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하루하루들의 연속일 뿐이라고, 거울 속 내가 대답하고 었다.
그 답에 나는 그래도 나아질 거야 라는 혼잣말로 애써 마음속의 나의 근심을 외면했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언제쯤이면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참 잘했다고 칭찬 스티커를 붙여줄까?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봐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오늘도 운동을 다녀와 참 잘했어요 스티커 하나를 다이어리에 붙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