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노래 없이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노래에 빠져 살았다.
그래서 어렸을 땐 종종 너는 가수 되면 되겠다는 말도 들었고, 한때 나의 꿈은 아이돌이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노래가 참 좋았다.
어렸을 땐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오빠들 노래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고, 다른 아이돌 노래가 세상에 전부인 줄 알았다. 주야장천 mp3와 이어폰을 끼고 살며 집에서도 어찌나 노래를 많이 들었던지,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너는 대체 모르는 노래가 뭐니?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서른이 된 지금은 아이돌 노래도 좋아하지만, 그 보단 마음이 잔잔해지는 노래가 좋다. 그렇다고 슬픈 발라드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내 맘을 욱여짜 슬프게 만드는 발라드 말고, 내 마음속에 있는 호수에 자그마한 돌을 톡 던져 물결이 일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그런 노래. 그런 노래가 참 좋다.
그래서 난 뮤지컬에도 온통 내 정신을 빼앗겼다.
흔히 말하는 넘버라고 하는 노래들.
난 뮤지컬의 내용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다만 넘버가 좋냐, 안 좋냐로 뮤지컬을 판단한다.
그중에서 들을 때마다 매번 마음 아파하는 넘버가 하나 있는데,
이제는 꽤 유명한 ‘waving through window’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주인공이 세상이 너무 힘들어 나무에서 떨어져 죽음을 선택하려다 실패하고 팔만 부러진 후 부르는 노래다. 그런 주인공에게 다들 팔에 대해서 묻자 주인공은 그냥 나무에서 놀다가 팔이 다친 것이라며 둘러 된다.
이 노래 가사 중
'만약 텅 빈 숲 속에서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누굴 찾을까, 또 누가 와줄까.
내가 정말 그 순간 소리칠 수 있을까. 제발 날 구해달라고 소리칠 수 있을까.’
라는 가사가 있다.
주인공이 숲 속 나무에서 죽기로 결심했을 때, 하지만 죽지 못하고 살았있었을 때, 그 순간 주인공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억울했을 것이고, 자신의 다친 마음이 슬펐을 것이며, 부러진 팔이 아팠을 것이고, 한편으로 살아있음에 다행이었을 것이다.
이 넘버는 주인공의 그 마음을 잘 나타내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죽음과 함께 가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살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항상 눈물을 훔친다.
이 주인공의 느낀 복잡한 심경은 모든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한 번쯤 느낀 감정이 아닐까 싶다.
노래란 그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울릴 수도, 기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우울이 깊어지면서 많은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괴어냈으며, 다시 살 힘을 얻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에는 모든 걸 포기하기도 했다.
나에게 노래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마음이 평소보다 더 나의 기분을 나아주게 해 줄 그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그런 노래를 나에게 선물처럼 들려주었다.
물론 그 노래가 안 통하는 날에는 눈물통을 비워내야만 해결되는 날이니 눈물을 비워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선택하곤 한다.
노래란 나에겐 큰 힘을 가진 매개체다.
오늘은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해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가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