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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머문 감정

나는 어떤 사람일까.

by Soo 수진


A moment of Sentiment_ 2


"누군가와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눈 게 언제였더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혼자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더 익숙해졌다.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사색에 잠긴 채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애장 하는 노트나 브런치에 채워 넣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이,
요즘은 이상하게도
조금은 ‘소모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늘 하는 대화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정치, 연예인, 드라마, 부동산, 주식, 그리고 골프.

지금은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다. 관심사가 달라진 탓도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예전엔 관심이 달라도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했고, 빠질 수 없어 나간 자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선 언제나 비슷한 이야기들,

내 마음 어딘가엔 공허함만이 남았다.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를 찾고 싶었고, 코드가 맞는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
마음을 내려놓아도 괜찮은 사람.
무거운 하루 끝에, 조용히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


지금 나는, 혼자 지내는 시간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때마침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된 것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를 외부의 것들로 채우려 했던 예전의 나에서 이제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지금의 나로.

이 시간은, 내게 참 고마운 타이밍이다.





오늘은 머리를 자르러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정작 마주 앉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시간 되시면, 커피 한잔 하실래요? 아니면... 밥 먹어도 좋고요." 그녀가 말을 건넸다.

시계를 보니, 내가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그녀의 하루도 이제 막 끝나려던 참이었다.

"아... 그럴까요? 시간 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녀는 가볍게 "차 한잔 해요"라고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애매한 웃음으로, '아… 네.' 하고 말끝을 흐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녀의 미소를 보니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근처에 작고 예쁜 커피숍이 있어 우리는 천천히 발을 맞춰 그곳에 들어섰다.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녀의 물음으로 조용히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늘 그렇듯, 누군가를 만나면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마음을 따라 걷듯,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말했다.
"수진 씨는… 자기애가 있으시잖아요."

"네? 제가요?"

"자기를 꾸밀 줄 알고,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시고, 하고 싶은 건 흐트러짐 없이 해내시잖아요.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그런 분이신 듯해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사람들은 나를 강한 사람으로 여긴다.

멘털이 강하다고, 자기들은 유리처럼 잘 깨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람들이 보는 나는 달랐다. 나도 잘 깨지고, 눈치 보며, 감각이 예민하고 섬세하고, 울음도 많고 여린 사람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고민하는 건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무엇일까?’


그 순간, 나를 되돌아보는 게 마치 숙제를 내준 기분이었다.

이건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고, 어쩌면 그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람이 스쳐가듯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스쳐갔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처럼,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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