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제빵사의 사회생활 이야기
주변 직원들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다시 협동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
빵의 모양과 맛 또한 점차 나아졌다.
다른 파트를 도와주는 걸 피하던 직원들은
어느덧 본인이 나서서 다른 파트를 도와주기 시작하고,
내 파트의 일이 많아서 불만이던 직원은
다른 직원들이 되려 피해를 볼까 일정을 조율하고
여유 있게 일을 진행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입을 꾹 다물고 상대방의 잘못을 모른 척 지나가던 하루하루가
이제는 가서 지적하고 물어보고 이 상황을 직시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말을 듣는 당사자도 삐뚠 마음으로 듣는 것이 아닌
진심이 담긴 피드백으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참 단순하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주면
나도 상대방을 이해해 주고 싶어 지듯이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기 마련이다.
그렇게 루시의 공장은 점차
소통을 통한 제대로 된 혐동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빵은 하나를 만드는 데에 다양한 직원들과 다양한 파트들이 나누어
일을 하기 때문에 무언가 완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남 탓을 하기 시작한다.
"반죽 온도가 너무 낮았던 거 아닌가요?"
"아니야, 이건 과발효 돼서 그런 거라니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날을 세우고 상대를 설득하려 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
하지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서로 조율하려 하면
어느덧 빵은 다시 예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제과제빵 대회에 가보면
참 멋지고 훌륭한 작품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 시상을 받는 완성품은 이러한 특징을 가진다 생각한다.
대단한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이 빵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 스토리,
함께 만든 사람들과의 호흡과 디테일,
그리고 그 작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의 사회생활도 같다.
고객은 대회에서 수상한 빵을 보듯이
그 빵 겉모양 너머에 있는 그 이야기를 정확히는 몰라도
그 느낌을 금세 알아차린다.
베이커리들의 시그니처 제품은
맛이 훌륭해서일까?
그것도 있겠지만
시그니처는 그 베이커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담아낸 빵이기에 고객은 더 손길이 간다.
루시는 그 시그니처를
아니, 넘어서 모든 빵이 시그니처가 되는 날이 올 때까지
이 직원들과 함께 소통과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빵을 만들고 싶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각색한 글이기에 실존 인물과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공지드립니다 <3
이 브런치북은 앞서 연재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굽습니다'의 글을 읽고 보시면 더욱 생생하고 재밌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