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식상운이 오는 해: 무의식이 폭발하는 해

by 홍종민

내담자 Y씨는 37세 직장인이었다. 중견기업에서 10년을 일했다. 성실했다. 상사 평가도 좋았다. 동료들과도 잘 지냈다. 승진도 무난하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Y씨가 이상해졌다. 출근이 싫었다. 회의 시간이 지옥이었다. 상사 말이 하나하나 거슬렸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 속으로 반박했다. 참았다. 하지만 점점 힘들었다.


퇴근하면 블로그에 글을 썼다. 회사에서 못한 말을 다 썼다. 주말에는 그림을 그렸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가족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너 왜 그래?"

어느 날 Y씨가 사표를 냈다. 가족들이 놀랐다. "미쳤어? 10년이나 다닌 회사를."

Y씨도 놀랐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더 이상 못 하겠더라고요. 사표 내고 나니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Y씨의 그해 신수를 봤다. 천간에 상관, 지지에 식신. 완벽한 식상운이었다.

억압된 것이 터진 것이다. 10년간 참았던 것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되풀이 강박: 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가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되풀이 강박'을 발견했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행동으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피분석자가 잊어버린 것들과 억압된 것들 중 어떤 것도 기억해 내지 못하고 대신 그것들을 실연한다. 그는 그것을 기억이 아니라 행위로 재생산한다. 그는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물론 알지 못한 채 그것을 되풀이한다"

[1]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한다. 의식하지 못하면 행동으로 나온다.

Y씨가 10년간 회사에서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참고, 억누르고, 묻어두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억압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식에 쌓인다. 압력이 높아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터진다.

식상운은 이 폭발의 타이밍이다. 무의식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출되는 해다.


식상이란 무엇인가

식상운이란 뭔가? 일년 신수에서 식상이 오는 해다. 식신이 오거나 상관이 오는 해.

이 해는 표현하게 된다. 억압되었던 것이 터진다. 말하고 싶던 것을 말한다. 만들고 싶던 것을 만든다. 튀어나가고 싶던 곳에서 튀어나간다.

식신은 내가 생하는 오행 중 음양이 같은 것이다.

갑목인 사람에게 병화가 식신이다.

나에게서 나온다. 내가 낳은 것이다. 창작물이고 자식이고 표현이다.

상관은 내가 생하는 오행 중 음양이 다른 것이다. 갑목인 사람에게 정화가 상관이다. 역시 나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식신보다 더 격렬하다. 더 날카롭다. 관을 상하게 한다. 조직과 권위를 공격한다.

식신은 순한 분출이다. 상관은 격렬한 분출이다.


훈습: 억압을 뚫고 나오는 과정

프로이트는 억압된 것이 의식으로 나오는

과정을 '훈습(working-through)'이라고 불렀다.

"저항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저항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우리는 환자가 저항을 무릅쓰고 그에게 이제 알려진 저항에 몰두할, 그것을 훈습할, 그것을 극복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2]

훈습은 시간이 걸린다. 억압을 뚫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식상운은 이 훈습이 가속화되는 해다. 평소에는 꽁꽁 묶여 있던 것들이 풀려나온다. 말이 나온다. 행동이 나온다. 작품이 나온다. 때로는 사표가 나온다.



천간 식신운: 말로 만들고 싶어진다

천간에 식신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의식적으로 창조하고 싶어진다. "뭔가 만들어볼까?" "새로운 걸 시작해볼까?" 말로는 창작을 추구한다. 실제로 시작한다. 취미를 시작한다. 그림, 글쓰기, 공예, 요리.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

천간 식신운은 순하다. 공격적이지 않다. 그냥 만들고 싶다. 표현하고 싶다. 생산하고 싶다.

하지만 지지를 봐야 한다. 지지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이 창작이 어디로 갈지 결정된다.

천간 식신, 지지 재성이면? 말로는 "취미로 그림 그리는 거야"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돈을 벌게 된다. 작품이 수익이 된다. 의식은 취미지만 무의식은 사업이다.

천간 식신, 지지 관성이면? 말로는 "자유롭게 만드는 거야"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조직에 묶인다. 취미로 시작한 게 직업이 된다. 자유로우려고 시작했는데 의무가 된다.


천간 상관운: 말로 반항하고 싶어진다

천간에 상관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의식적으로 반항하고 싶어진다.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 "이건 아니야." 말로는 비판을 시작한다. 회사 규칙에 이의를 제기한다. 상사에게 반박한다. SNS에 비판적인 글을 쓴다.

천간 상관운은 날카롭다. 공격적이다. 참았던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말해야겠어." "바꿔야겠어."

하지만 위험하다. 말조심해야 한다. 관계가 깨질 수 있다. 직장을 잃을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충동적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환자가 자신의 충동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해를 입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료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그것을 병이 나을 때까지 미루게 하는 것이다"

[3]

중요한 결정을 미뤄라. 충동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지지 식신운: 말없이 만들어진다

지지에 식신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무의식적으로 창조가 시작된다. 말로는 안 하는데 손이 움직인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뭔가를 만들고 있다.

퇴근하면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린다. 주말이 되면 글을 쓰고 있다. "왜 이러지?" 싶은데 멈출 수 없다. 창조 욕구가 무의식에서 올라온다.

지지 식신운은 말보다 행동이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생산한다. 작품이 쌓인다. 콘텐츠가 늘어난다.

임신도 지지 식신이다. 말로는 계획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긴다. 무의식이 결정한다. 지지 식신운은 생산의 운이다.


지지 상관운: 말없이 튀어나간다

지지에 상관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무의식적으로 반항이 시작된다. 말로는 "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 하는데 행동은 다르다. 회사를 그만둔다. 이혼한다. 관계를 끊는다.

의식적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데 몸이 먼저 움직인다. 사표를 낸다. 짐을 싼다. 연락을 끊는다.

지지 상관운은 가장 위험하다. 통제가 안 된다. 충동적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 수 있다.

Y씨가 바로 이 경우였다. 천간 상관, 지지 식신. 말로는 "나가고 싶다"(천간 상관)였고, 실제로는 창작 활동을 했다(지지 식신). 그러다가 결국 나갔다.


천간 식신, 지지 식신: 완벽한 창조의 해

천간도 식신, 지지도 식신이면?

완벽한 식신운이다. 말로도 만들고 실제로도 만든다. 의식도 창조, 무의식도 창조.

이 해는 작품이 쏟아진다. 그림, 글, 음악, 영상. 멈출 수 없이 만든다. 창작 욕구가 폭발한다. 생산성이 최고조다.

아이를 낳기도 한다. 임신, 출산. 식신은 자식이니까.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오래 준비했던 것이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조심할 게 있다. 너무 많이 만들면 질이 떨어진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마라. 하나를 제대로 해라.

천간 상관, 지지 상관: 완벽한 파괴의 해

천간도 상관, 지지도 상관이면?

위험하다. 완벽한 상관운이다. 말로도 반항하고 실제로도 반항한다. 의식도 파괴, 무의식도 파괴.

이 해는 모든 것을 부순다. 관계, 직장, 체계. 참았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다. 회사를 그만둔다. 이혼한다. 연락을 끊는다. 집을 나간다.

완벽한 상관운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삶. 하지만 실패하면? 모든 걸 잃는다. 직장도, 관계도, 안정도.

확신이 서면 가라. 확신이 없으면 참아라. 상관운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사례: 블로그로 작가가 된 여성

내담자 Z씨는 30대 초반 여성이다. 회사원이었다. 평범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일상을 썼다. 재미있었다. 계속 썼다. 독자가 늘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책 내실래요?"

Z씨는 놀랐다. "저요?"

책을 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작가가 됐다.

Z씨의 그해 신수는 천간 식신, 지지 재성이었다. 말로는 "취미로 쓰는 거야"(천간 식신)였지만 실제로는 수익이 됐다(지지 재성). 좋은 조합이었다.


사례: 이혼을 결심한 여성

내담자 A1씨는 40대 중반 여성이다. 결혼 15년 차였다. 남편과 사이가 나빴다. 오래전부터 나빴다. 참고 살았다. 아이 때문에.

그런데 어느 해 A1씨가 이혼을 결심했다. 변호사를 만났다. 서류를 준비했다. 남편에게 통보했다. 이혼했다.

A1씨의 그해 신수는 천간 상관, 지지 상관이었다. 완벽한 상관운. 말로도 "못 참겠다"였고 실제로도 끊었다.

위험한 운이었지만 A1씨에게는 필요한 운이었다. 더 이상 참으면 A1씨가 망가질 상황이었다.


식상운에 아이를 낳는다

식상운은 출산운이다. 특히 지지 식신운. 식신은 자식이니까.

지지 식신운에 임신한다. 출산한다. 계획하지 않았어도 생긴다. 무의식이 결정한다. "아이를 가져야 할 때야." 몸이 안다.

천간 식신, 지지 식신이면? 완벽하다. 아이를 원하고 실제로 생긴다. 의식도 무의식도 준비됐다. 임신, 출산, 육아. 순조롭다.

천간 상관, 지지 식신이면? 재미있다. 말로는 "아이는 싫어"라고 하는데 임신한다. 의식은 거부지만 무의식은 수용이다. 계획에 없던 아이. 하지만 낳으면 사랑한다.


식상운을 잘 사는 법

식상운을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첫째, 표현 통로를 확보하라.

식상운에는 표현하지 않으면 병든다. 창작하라. 만들어라. 글을 쓰라. 그림을 그려라. 영상을 만들어라. 억압하지 마라. 참지 마라. 터뜨려라.


둘째, 특히 상관운에는 충동을 조심하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 박자 쉬어라. 당장 말하지 마라. 사표 내지 마라. 이혼하지 마라. 관계 끊지 마라. 일주일 기다려라. 한 달 기다려라.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해라.


셋째, 파괴를 건설로 전환하라.

부수기만 하지 마라. 부수면서 동시에 세워라. 회사를 나오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라. 관계를 끊으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라. 파괴만 하면 폐허만 남는다.


나가며

식상운은 무의식이 폭발하는 해다. 억압되었던 것이 터진다. 참았던 말을 한다. 만들고 싶던 것을 만든다. 나가고 싶던 곳에서 나간다.

프로이트가 말한 되풀이 강박이 작동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행동으로 반복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터져 나온다.

식신운은 창조의 운이다. 순하다. 생산적이다. 작품을 만든다. 아이를 낳는다.

상관운은 파괴의 운이다. 날카롭다. 공격적이다. 관계를 끊는다. 조직을 나온다.

천간 식상운은 말로 시작한다. "만들고 싶어." "나가고 싶어." 하지만 지지를 봐야 한다. 실제로 어떻게 될지. 무의식이 뭘 원하는지.

지지 식상운은 말없이 시작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만들고 있다. 나가고 있다. 예측이 안 된다.

당신의 신수를 보라. 올해 식상운이 오는가? 천간인가 지지인가? 식신인가 상관인가?

식상운이 오면 준비하라. 표현할 준비. 창조할 준비. 또는 떠날 준비. 끊을 준비.

식상운은 해방의 운이다. 억압에서 벗어나는 운이다. 진짜 나를 만나는 운이다.


[1]프로이트, 지그문트/ 이덕하 역(2021).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서울: b. 118.

[2]Ibid., 128.

[3]Ibid.,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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