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온도_9

by 슬로우

‘이제 정말 끝이구나.’


최문기는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때 교무실 창으로 아이들의 운동장을 바라보던 시선은 이젠 ‘더 슬로우’ 커피숍의 유리창을 통해 동네 아이들의 하굣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는 아직 뜨거웠지만, 마음은 묘하게 식어 있었다. 그는 지난주, 정식으로 퇴직 인사를 했다. 교직생활 32년 만이었다.


3월의 첫날 교단에 섰던 날부터, 이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름처럼 익숙해진 30년이 넘는 시간이 빠르게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땐, 책상 앞에서 손이 떨렸다.


교생 실습을 마친 후, 지도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그 말을 마음에 품고 교단에 섰다. 그 시절 아이들은 순했다. ‘선생님 말씀이 곧 진리’였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믿었다. 책상 위에 사탕을 올려주는 아이들, 편지를 써주는 아이들. 그렇게, 하루하루가 보람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질문보다 반문을 먼저 던지기 시작했다.


“왜요? 꼭 해야 돼요?”


교무실 문을 두드리는 건 아이가 아니라, 학부모였다. 수업 중 문자로 항의가 왔고, 교실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한두 명의 아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됐다.


선생님이라는 단어 앞에 ‘갑질’, ‘비위’, ‘무능’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지쳤다. 그렇게 아이들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무서워졌다.


퇴직을 앞둔 마지막 학기.


그는 종례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종이 울릴 때도, 담담하게 교탁에서 일어났다.


“후련하죠?” 누군가 물었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래도… 좀 쓸쓸하네요.”


지금 그는, 스스로에게 자꾸 위로를 건넨다.


‘오히려 잘됐다. 이쯤에서 놓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이젠 나보다 젊고 열정 있는 후배들이 더 잘할 거야.’


하지만, 한편에선 불안하다. 후배 교사들이 겪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는 내 삶을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이다.’


그는 책을 꺼내 읽으려다, 괜히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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