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온도_16

by 슬로우

커피숍 ‘더 슬로우’에서 마감 중이던 도윤은 가게 불이 꺼진 줄 알았던 치킨집 쪽에서 작은 불빛과 인기척을 느꼈다.


창밖으로 무심히 시선을 돌린 그 순간 유리너머로 작은 형광등 아래 앉아 있는 백승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무너지듯, 벽에 등을 기댄 채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도윤은 문득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시작했다. 묵직하고 진하게. 그리고 커피를 작은 텀블러에 담아 조용히 치킨집 문 앞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승아는 얼떨결에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문을 열고 들어온 도윤은 말없이 텀블러를 건넸다.


“따뜻한 거예요. 진한 거 필요하시다더니…”


승아는 아무 말없이 그 텀블러를 받았다. 입을 열기엔, 울음을 너무 많이 삼켰다.


“…봤어요?”


그녀는 작게 물었다.


“아뇨. 그냥, 불빛이 남아 있어서요.”


두 사람 사이엔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도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짧게 한마디 남겼다.


“힘든 날은… 커피 대신, 울어도 괜찮아요.”


도윤이 돌아가고 한참이 지난 후, 백승아는 빈 텀블러를 손에 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고맙다. 그냥, 알아봐 줘서.”


그날 밤, 도윤은 자신의 작은 노트에 짧게 한 줄을 적었다.


‘눈물보다 진했던 하루. 그 온도를 누구도 몰랐지만, 나만은 기억하고 싶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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