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부 7화. 상담실의 고요 속에, 눈물은 차오르고

자신을 조금만 더 안아주기로, 용서해주기로...

by 마음리본

-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하게 재구성된 허구이며,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


“삼남 선생님,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오셨어요?”

하얀 벽, 따뜻한 조명, 그리고 말수가 적은 여의사.

그녀는 언제나 이름을 부르며 삼남을 맞이했다.

삼남의 이름 세글자 뒤에 ‘선생님’을 꼭 붙였다.

어쩌면 그것이 그나마 그녀를 지탱해주는 말 같았다.

‘선생님’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를 저주하던 날들이었으니까.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 얘기를 하려면 여전히 좀 숨이 차요.

누가 무거운 걸 가슴 위에 얹어놓은 것 같아요.”

삼남은 주먹으로 가슴을 퉁퉁 세게 쳤다.


“그 날 일이 아직 자주 떠오르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떠올랐다.


그 날 그 목소리...

모든 장면을 지켜보는 내 두 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

“그 일이 반복해서 떠오르실 때, 몸에서 어떤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삼남은 말없이 목덜미를 눌렀다.

거기서부터 뒤통수까지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그냥… 얼어요. 말도 안 나오고, 숨도 안 쉬어져요.

다시 그 순간에 놓여질까봐 무서워요.”

여의사는 잠시 펜을 멈췄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든 현실이 문제에요.”

“제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선생님은 최선을 다했어요. 더 이상은 할 수 없었을 뿐이에요.”

“……그런데요.”

“네?”

“저는 이제 누가 소리를 지르면 숨이 멎어요…”


그 순간, 또 눈물이 솟구쳤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울게 되었다.

“죄송해요. 제가 자꾸 울어서.”

“괜찮아요. 여기는 우는 곳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삼남은 그 날 이후 죄송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죄송해요. 나 때문에. 미안해요....”

“선생님, 이건 외상이에요. 교사도 외상을 입어요.”

외상. 트라우마.

그 단어는 내가 계속 부정해왔던 말이었다.

‘못 견뎌서 그런 거야.’ ‘마음이 약해진 거야.’

하지만, 그건 외상이었다. 몸에 난 상처만이 상처가 아니었다.

마음에 남은 상처도, 숨을 막는 상처도 상처였다.

그날의 상담은 마지막에 이런 말로 끝났다.


“선생님, 이제부터는 자신을 조금 더 돌봐주세요.

아이들을 돌보셨던 만큼,

이젠 선생님 자신을요.”


그날 삼남은 처음으로 자신을 조금만 안아보기로 결심했다.

몇몇 사람들의 응원 전화가 울렸다.

‘학교’ 라는 두 글자.

그 짧은 단어가 가슴을 툭, 하고 쳤다.

삼남은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숨을 골라야 했다.

동료, 선배 교사들, 삼남을 아는 사람들...


누구는 다정했고, 누구는... 너무 현실적이었다.

“선생님,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에요.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이런 말은 구급약 같았다. 울다가도 숨을 돌리게 했다.


하지만, 어떤 말은 더 그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애들이 불쌍하네요.

몇몇 민원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보면 안 되죠.”

“선생님은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래요. 흐린 눈 좀 해요.”

"교사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죠."

그 말을 들은 날이면 삼남은

하루 종일 불 꺼진 거실에 앉아 있었다.

정말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 내가 문제인거야.

그 말들이 비수처럼 가슴을 쑤셨다.

하루 중 90% 이상 스스로를 비난하는 데 사용했다.

자책은 거대한 파도처럼 삼남을 집어 삼켰다.



이번 주, 삼남의 힘든 시간을 함께 아파하느라 힘드셨죠?

삼남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도 지켜봐주세요.

다음주 월요일에 계속됩니다.

keyword
이전 23화2부 6화. 무기력, 죄책감, 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