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이라는 이름의 사랑

by 생각의정원


거미는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준다. 새끼들이 어미의 살과 피를 먹고 자란다. 어미 거미는 그렇게 자신을 소진시키며 생명을 이어간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처절하고, 본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숭고하다.


아마존의 독화살개구리는 알을 등에 업고 다닌다. 올챙이들이 깨어날 때까지 몇 주고, 몇 달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 작은 몸으로는 벅찬 무게일 텐데, 그 작은 어미는 묵묵히 견딘다. 때로는 나무 꼭대기까지 기어올라가 물웅덩이를 찾아 새끼들을 안전한 곳에 놓아준다.


펭귄의 겨울은 잔혹하다. 황제펭귄 수컷은 알을 발등에 올리고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딘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 암컷이 먹이를 구해 돌아올 때까지. 그들에게 굶주림보다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아마도 새끼를 잃는 일일 것이다.


코끼리 무리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모든 암컷들이 산파가 된다. 어미만이 아니라 이모, 할머니, 언니들까지 모두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둘러선다.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온 무리가 울부짖는다. 그 소리는 2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린다고 한다.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그러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소리.


바다의 범고래는 죽은 새끼를 17일 동안 떠받쳐 안고 다녔다. 언론은 그것을 '슬픔의 행진'이라고 불렀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모성 본능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어미 고래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본다.


문어는 알을 낳고 나면 6개월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외부의 침입자들로부터 알을 지킨다. 새끼들이 부화할 즈음이면 어미는 이미 죽어간다. 굶주림과 탈진으로.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까지 새끼들의 첫 시작을 지켜본다.


캥거루는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위험이 닥치면 새끼를 먼저 안전한 곳으로 밀어넣고 자신이 적을 상대한다. 때로는 자신이 상처를 입더라도. 주머니 안의 새끼는 어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그 소리가 빨라지면 위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안다. 그 소리가 느려지면 평온하다는 것을 안다.


북극곰 어미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새끼를 낳는다. 몸무게의 절반을 잃으면서도 젖을 먹인다. 봄이 와서 깨어날 때쯤이면 새끼는 튼튼해지고 어미는 뼈만 남는다. 그리고는 새끼에게 사냥을 가르친다. 얼음이 녹아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요즘, 어미들의 가르침은 더욱 절실해졌다.


거위는 V자 편대로 날아간다. 앞서 나는 어미가 바람을 가르면 뒤따르는 새끼들은 그 바람을 타고 더 쉽게 날 수 있다. 수천 킬로미터의 이주 길에서 어미는 계속 앞장선다. 새끼들이 지치지 않도록. 새끼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침팬지는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5년을 함께 한다. 그동안 어미는 새끼에게 어떤 열매를 먹어야 하는지, 어떤 나뭇가지로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지 가르친다. 새끼가 실수하면 참을성 있게 다시 보여준다.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하나의 진실을 발견한다. 모성애는 종을 초월한 언어라는 것을. 지구상의 모든 어미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하지만 인간의 모성애는 조금 다르다. 다른 동물들의 모성애가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면, 인간의 모성애는 그것을 넘어선다. 우리는 새끼가 성체가 된 후에도 걱정한다.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다시 그 사랑을 확장한다. 때로는 혈연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인간의 어미들은 더 복잡하고 더 고통스럽다. 놓아주어야 할 시기를 알면서도 붙잡고 싶어 한다. 아이의 실패를 대신 짊어지고 싶어 한다. 아이의 아픔을 자신의 몸으로 가져오고 싶어 한다.


아이가 첫 걸음을 뗄 때, 어미는 기뻐하면서도 서글퍼진다. 아이가 자신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독립할 때, 어미는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허전해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서.


하지만 이것이 사랑이다.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미루는 것. 상대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그리움을 참아내는 것.


거미부터 인간까지, 모든 어미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어미에서 딸로, 딸에서 그 아이로. 끝없는 사랑의 릴레이. 그것이 생명이 지구에 존재하는 이유이자, 생명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어디선가 한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지키고 있다. 바다 깊은 곳에서, 하늘 높은 곳에서, 우리 곁에서. 그 작고도 위대한 사랑들이 이 세상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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