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의 작은 죽음

낮잠이 선사하는 비밀스러운 여

by 생각의정원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 1시.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책상 위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릴 때, 나는 항상 같은 유혹에 빠진다. 낮잠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어른이 되면서 낮잠은 일종의 금기가 되었다. 게으름의 증거처럼, 시간 낭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낮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하루라는 긴 문장 사이에 놓인 쉼표와 같다.


바닥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는 순간, 세상은 조용히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의식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것은 완전한 잠도, 완전한 깨어있음도 아닌 어떤 중간 상태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감각.


낮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신비롭다. 30분이 지났을까, 2시간이 지났을까? 시계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 짧은 여행 동안 나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꿈도 기억나지 않는데, 분명히 어딘가를 다녀온 것 같다.


스페인 사람들은 시에스타라고 부르고, 일본 사람들은 이네무리라고 한다. 문화마다 낮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낮잠이 단순한 피로 회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를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의식적인 행위라는 것.


낮잠을 자고 난 후의 오후는 아침과는 다른 질감을 가진다. 마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 같은 햇빛인데도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같은 커피인데도 다른 맛이 난다. 낮잠은 하루에 두 번의 시작을 선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낮잠 후의 나른함을 싫어한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상태를 좋아한다. 그것은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는 느낌이다. 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선에서 느끼는 독특한 감각.


낮잠은 또한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준다. 평소에 우리는 시간을 직선적으로 생각한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하지만 낮잠은 그 직선에 작은 구멍을 뚫는다. 시간이 멈추거나, 되돌아가거나,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순간.


요즘 나는 의도적으로 낮잠 시간을 만든다. 그것을 게으름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느끼는 시간.


창밖으로 오후의 빛이 기울어간다. 곧 저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또 한 번의 작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낮잠이라는 비밀스러운 문을 열어볼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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