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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22. 2016

자연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계로

인간 확장의 시간<2>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인류의 예술품이 등장한 것은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약 2만년 전이었습니다. 동물이나 인간의 형상을 한 각종 조각상이나 이러한 형상을 뼈에 새긴 그림 또는 석판 위에 여러 가지 추상적 형태가 등장합니다. 가슴과 엉덩이 형태를 강조한 빌렌드로프의 비너스 상은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죠. 특히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의 그림은 고대 수렵채집인이 그린 걸작 중의 하나로 역동적이고 생생한 그림으로 손꼽힙니다. 천장을 가득 채운 동물 그림은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했고 매우 입체적이까지 합니다.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약 2만년 전
인류의 예술품이 등장해

이러한 예술 행위를 하는 동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정말 별 의도 없이 눈 앞에 보이는 세상을 표현해 보고자 하는 욕구일 수도 있고, 자손이 번성하거나 사냥감이 안정적으로 잡히기를 기원하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권위를 드러내거나 장식을 위한 용도일 수도 있고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류의 예술 행위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 이러한 행위를 인간이 처음으로 했던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 시대에 인류에겐 지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지적 변화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내게' 보이는 대로 '내게' 있는 대로 인간에 의한 세계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형태를 비슷한 형상으로 재현하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 이러한 특징을 지닌 예술이 곧 지적 변화의 뚜렷한 증거입니다. 외부의 정보를 획득하는 수준을 넘어 그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정보를 인간의 손을 거친 새로운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도의 복잡한 정신 활동이죠.

물리적 세계인 자연보다도 인간의 정신적 세계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곧 예술입니다. 자연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고, 자연의 현상을 보고 그 원리를 파악하여 응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시도라는 지적 활동을 통해 인류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세계를 인지하고 세계를 의식하고 세계를 표현하는 능력, 분석하고 상상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통해 인류는 자연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죠. 

세계를 인지하고 의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으로
새로운 세계의 창조자로 거듭나

인간의 정신적 확장, 이것이 인류의 예술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의입니다. 그저 실용적인 도구가 아닌 비실용적인 에술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그림이나 조각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이를 직접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추상적인 정신 활동이죠. 더 깊은 차원의 세상 속으로 뛰어 들고, 그것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곧 예술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그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만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새로운 세계의 창조자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과학과 기술로 예측 불가능한 자연현상을 통제하고 조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생존에 있어 인간 문명이 자연환경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인간이 자연환경을 완벽히 이해하는 날이 오면 인간의 손으로 자연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수억 년이 지나더라도 인간은 이 우주의 작은 먼지처럼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자연환경이 주는 조건의 제약 속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을까요?
- [세계사 왜?] 중에서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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