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어시스턴트 (2) 청천벽력

by 노동자a

영이 오빠의 전처 미옥 언니에게서 엄마에게 목돈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건 열흘 전이었다. 그날은 미용실 안주인 달래가 가게를 내놓겠다고 말한 지 나흘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미용실 처분하기로 대수 씨랑 얘기 끝냈어요. 우리야 젊으니까 금방 다시 일어설 거예요. 그치만 언니랑 헤어질 생각을 하니까 너무 속상하네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사장 대수가 벌인 운동화 사업이 어렵다는 건 진즉 눈치채고 있었다. 미용실 손님까지 뚝 끊긴 것도 모르는 일은 아니었기에 영은 부부의 심란할 마음을 어찌 위로할까 밤잠 설치며 고민도 했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우린 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언젠간 대수네 아파트에 들어가 셋이 복닥거리며 살날이 있을 거라는 은근한 기대, 또렷한 상상을 수도 없이 해 왔으니까.

부모의 사업이 순탄치 않아 친척 집에 맡겨져야 하는 자식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달래가 말하는 거로 봐서는 자신을 아는 곳에 맡겨줄 리도, 나중에 찾으러 올 리도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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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영은 부동산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다.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영의 말을 뚝 끊고 같은 질문을 해댔다.


“그러니까 무보증금에 월세 얼마짜릴 찾냐고요.”

“그게요……”


영의 기어들어 가는 듯한 대답을 들은 중개업자들은 지난 몇 분의 시간 낭비에 한탄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서 영은 하는 수 없이 이번에도 미옥 언니에게 전화한 것이다.


미옥 언니는 서울 명동의 한 칼국숫집에서 일했다. 오빠와는 헤어졌지만 영과는 사이가 원만한 데다, 둘 다 서울에는 딱히 의지할 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종종 연락을 주고받아왔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근엔 뜸했는데, 영이 그동안 미옥에게 꾼 돈이 벌써 이백만 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대고 또 돈 얘기를 꺼낼 염치가 없던 영은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다.


“나 몇 달만 언니 집에 신세 져도 되죠? 언니 쓸쓸하잖아.”


그런데 미옥은 영이 예상치 못한 답을 했다.


“그건 곤란해요, 아가씨. 나도 사생활이 있는데. 돈이 필요하면 어머니한테 말씀해보시든가요.”

“엄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요.”

“모르는 소리 하시네. 이제 와 말이지만, 나는 그이보다 어머니가 더 원망스러워요. 뜯어말리는 친정 식구 뿌리치고 내가 그 촌구석까지 갔을 땐, 불구 된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를 의지했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양반이, 어쩜 이천만 원이나 쥐고 계셨으면서 끝까지 모른척할 수 있어요? 난 당신 아들 치료비 대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이천만 원이라니, 누가요? 우리 엄마가요?”

“정말 몰랐어요? 어머니 나라에서 기초수급 받잖아요. 돈 쓸 줄 모르는 양반이라 틀어쥐고만 계셨고.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이천만 원이었으니까 이자까지 생각하면 더 붙었겠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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