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나는 감각을 훈련하지 않았다
감각이 먼저
나를 부쉈다
빛은 설명 없이 들이닥쳐
눈을 범했고
소리는 의미를 찢어
신경에 들러붙었다
어느 순간
무너질 것도,
붙잡을 것도 사라지자
감각이 먼저 살아났다
빛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소리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나는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에
잠시 놓인다
세계는 이해되기를 포기한 순간
비로소
선명해졌다
피부는 언어보다 빠르고
심장은 사상보다 정직하다
나는 생각을 벗고
육체로 세계를 통과한다
순결은 환상이었다
오염은
처음부터 조건이었다
나는 더러워진 것이 아니라
드러났을 뿐
감각은 나를 구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까지 데려간다
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이때
의미는 불타고
의지는 해체되며
남은 것은
지금
터지는 감각뿐
나는 미래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순간의 정확함은
부정할 수 없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희망이 아니라
이 찢어진 선명함이다
감각은
나를 인간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더 이상 거짓말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지점에서
나는
비로소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