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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Sep 23. 2024

출산, 끝없는 동동거림의 시작

끝이 안 보이는 터널 8

임신한 뒤 그녀는 왜 저상 버스가 나이 드신 분들에게 필요한지, 그분들이 왜 그리들 계단을 힘겹게 오르시는지 알게 되었다. 임신하기 전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던 버스의 계단은 임신말기로 갈수록 에베레스트처럼 높아만 보였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배가 뭉쳤고 내려갈 때는 아래가 안 보여 발을 헛디딜 뻔했다. 몸이 힘들어 누우려고 해도 십몇 킬로 무게가 내장을 눌러대서, 옆으로도 바로도 누울 수 없었다. 임신한 뒤론, 자다가 종종 다리에 쥐가 났다. 임신하기 전에는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임신해서 달라진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무거워진 몸을 견디지 못했는 지, 근저족막염이라는 것도 생겼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발을 내려 바닥을 딛을 때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앞으로 느껴질 고통에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임신 이후 생긴 많은 고통은 출산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겨울은 출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낳아놓으면 더 힘들다는 사람들의 말과 달리, 겨울은 낳아놓으니 훨씬 나았다. 다행이었다. 일단 내 몸이 안 불편했고, 아이 얼굴을 보며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이 돌보는 건 겨울 혼자만의 일이 아닌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자주 울었고 자주 깼고, 자주 먹었고 겨울과 선우는 밤마다 비몽사몽으로 불침번을 섰다. 잠 한 번만 푹 자는 게, 화장실 한번 마음 편히 가는 갓 내 몸 한번 제대로 씻는 것이 소원인 시간이 시작되었다.


오직 겨울과 아이 둘 뿐이었던 낮시간은, 아이의 건강과 겨울의 몸조리를 이유로 집 밖 외출이 제한되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선우가 오기 전까지 몇 번째인지도 기억이 나지도 않게 계속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가는 일을 반복했다.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힌 느낌이었다. 50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겨우 용기 내서 신생아용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조그만 아기를 본 지나가는 어르신들은

아프면 어쩌려고
갓난쟁이를 데리고 나왔어

 한 마디씩 하셨다.


아이 몸에 땀띠가 나는 건 알지도 못하면서, 날이 더워 얇게 입혀나가면

이렇게 춥게 입혔어, 뭐라도 좀 덮어줘

며 잔소리를 하셨다. 겨울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미소 지으며 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겨울은 아이를 낳은 이듬해 새해에 딱 맞춰 복직을 했다. 꽉 채운 1년을 근무하지 않는다면, 고과에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떻게 할지는 큰  문제였다. 손목이랑 허리가 불편한 엄마께 하루 종일 아이를 보시라고 부탁하긴 죄송했다. 몸이 건강한 겨울이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엄마는 저 갓난쟁이를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냐며 내키지 않아 하셨다. 생각 끝에 겨울은 친정집 근처로 이사를 하는 대신,  엄마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시터 이모님도 구했다. 그리고 시터이모님의 양해를 구하고 홈캠도 달아놓았다


친정엄마는 시터이모님이 아직 도착하지 못 한 새벽이면 겨울의 집으로 오셨다. 출근준비로 바쁜 겨울과 선우를 대신해 시터이모님 오시기 전까지 잠든 아이 옆을 지켰다. 가끔 겨울이 회사에서 시간이 날 때면 홈캠봤다. 하지만, 시터이모님이 도착하신 뒤 엄마는 쉽게 가시진 못 했다. 겨울의 집을 청소하시거나 빨래를 개키며 시터이모님 옆에서 아이 돌보는 모습을 보시고 계셨다.

그게 부담스러웠던 걸까?

시터 이모님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고 그만두셔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20번 넘게 보고 겨우 구한 분이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분을 구하려니 겨울은 막막해졌다. 그나마 전에는 육아휴직 중이어서 면접을 보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면접을 잡는 것부터 전쟁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모셔도 언제 그만두실지 모른다 생각하니 더 엄두가 났다. 다른 대안은 어린이집이었다. 하지만, 고르고 골라서 뱃속에 있을 때부터 넣어놨던 어린이집들의 대기 번호는 줄어들 줄 몰랐다. 사정을 듣던 회사 선배는 정 급하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집 근처 모든 어린이집에 전화를 돌려서 자리가 있는지 찾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조언을 건넸다. 스무 곳이 넘게 전화를 한 끝에, 드디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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