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나기 전, 너에게 쓴 편지

살면서 누군가를 이토록 간절하게 기다려본 적이 있었을까

by 일상여행가




임신 초기



처음으로 너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가 올해 1월 중순. 처음 널 확인하러 갔을 땐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아기집이 다 완성되고,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6주 차가 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던지. 1월 말에 가서야 힘차게 뛰는 너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얼마나 가슴 벅찼는지.


9주 차에 접어들면서, 입덧이 생기기 시작했어. 속도 울렁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계속되더라. 항상 딥슬립을 하던 나였는데, 자다가 3~4번씩은 화장실을 가야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파를 통해 본 네가 아주 편안하게 둥실둥실 몸을 흔들면서 쉬는 모습을 볼 때마, 고생했던 기억은 전부 사라지더라.


아주 편안하게 둥실 거리던 9주 차 너의 모습


12주 차에는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너를 만나러 다녀왔었어. <1차 기형아 검사>라는 조금 끔찍한 이름의 검사를 해야 했는데, 긴장했던 것보다 친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안심했었어. 벌써 이목구비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도 신기한데, 네가 신이 나서 발과 손을 꼼지락 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서 신이 나더라.





임신 중기


3개월이 지나고, 제일 위험하다는 임신 초기가 지나고부터 아침 요가를 시작했단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임산부 요가 몇 가지를 유튜브로 보면서 따라 한 거야. 엄마가 정말 게으른데, 이건 우리 모두에게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하니까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되더라. 이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매일 꾸준히 했단다.


16주 차에는 네가 예쁜 딸이란 걸 알게 되었단다. 아빠도 이제야 정말 아빠가 되는 게 실감 나는 눈치였어. 딸이라서 조금 더 조심스럽게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누군가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엄마는 잘할 수 있어.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셨는데, 특히 할아버지가 "우리 집안에는 딸이 귀하다"며 정말 좋아하셨어.


오늘은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어. 22~25주 차에 진행되는 <임당 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거든. 다들 그러는 것처럼 일주일 전부터라도 식단 조절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자연스럽게 검사를 받아야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득해서, 평소대로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갔단다. 30분가량 진행되었던 정밀검사에서는 네가 너무 건강하게 잘 움직이고 있어서 임당 검사에 대한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어. 벌써부터 귀랑 코가 아빠를 닮은 게 보이는 거 같고, 무엇보다 너의 옆모습이 너무 이뻤단다.


일주일 뒤에. 임당 검사 결과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2차 검사를 받았어. 단식을 8시간을 하고 병원에 가서, 1시간 간격으로 채혈을 3번이나 해야 했어. 몸도 힘들었지만,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아서 혹시나 너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너무 두려웠어. 임신 기간을 통틀어서 2차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일주일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는데 다행히 2차 검사는 무사히 통과했단다!

임신한 지 200일째 되는 날, 널 만나기 80일 전에 <입체 초음파>를 찍으러 갔어. 너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단 기대감에 설레어서 전날 잠을 설쳤어. 20분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2분 같이 느껴지더라. 눈을 감고 있었는데 약간 처진 눈은 나를 닮은 거 같고, 코와 입 그리고 귀는 아빠를 닮았더라.






임신 후기


30주 이후에는 2주에 한 번씩 건강상태를 체크하러 병원에 갔는데, 정말이지 그때마다 네가 똑같은 자세를 하고 있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오른쪽으로 돌아 누워서, 손을 머리에 올리고 고뇌하는 자세. 정말 웃긴 건 아빠가 잘 때마다 이렇게 하고 잔다는 거야. 정말이지 이때부터 네가 한결같이 같은 자세를 보여주는데, 어쩐지 안심이 되는 건 왜였을까.



35주 차인데 이미 만삭에 가까운 태아 몸무게라는 선생님의 말에 반성했단다. 임신 후기가 되니까 식욕이 더 왕성해지기도 하고(네가 슬슬 아래로 내려온다는 증거라고 해), 너와 나를 챙겨주는 가족들이 보내주는 음식들로 가득한 냉장고 앞에서 엄마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단다. 이제 진짜 몸이 무거워져서, 20분 정도의 산책에도 숨이 차고 힘이 들어. 하지만, 마지막까지 힘내서 건강하게 널 만날 거야!


그리고 이제 D-15. 언제든 너를 맞을 준비를 해놓았단다. 오늘 아침에도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요가를 했고, 아기 침대를 준비해 두었고, 서랍장에는 너의 옷과 용품들을 차곡차곡 넣어두었어. 갑자기 너를 맞아야 할 수 있으니까, 출산 가방과 산모수첩도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보관해 두고 있어.


올해 초엔 어떻게 9개월 동안 너를 품고 있어야 하나 걱정이 많이 됐는데, 돌이켜 보니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 너를 만나서 또 하루하루가 어떻게 갈지.. 걱정되면서, 설레기도 해. 하지만, 9개월을 너랑 같이 잘 보냈던 것처럼 너와 함께하는 앞으로의 날들도 우리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곧 만나자!

2020. 9.1.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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