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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Feb 03. 2023

귀에서 들리는 소리의 정체

임신 21주, 불편하고 걱정돼 병원에 가봤더니


이십일 전부터 오른쪽 귀에서 팔딱팔딱 소리가 들린다. 혼자 조용한 방에 앉아있으면 오른쪽에서 쿵쿵쿵 발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심장박동처럼 들리는 그 영문 모를 팔딱거리는 소리였을 뿐이다. 내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대봤다. 박자가 얼추 비슷한 듯했다. 내 심장소리가 이렇게 크게 귀에서 들리나? 아니면 귀에 물이 들어갔나? 하지만 소리의 정체는 확신할 수 없었고, 불편함도 그대로였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한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의사는 내 귀를 들여다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요. 그런 증상은 심각한 질환도 아니에요.” 내가 임신했다고 말하자 의사가 말하기를, 임신하면 혈관의 위치가 바뀌어서 쿵쿵 뛰는 소리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확실한 것은 출산 후에 검사를 해봐야 안다면서, 별 일 아닐 거라고도 말했다.


엊그제 밤에 배에서 아기 움직임이 느껴졌다. 21주, 아기의 몸무게는 아마 380그램쯤 됐으려나. 아기가 발차기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제아무리 꼼지락거리며 발차기를 해도, 날 아프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아주 조그마한 것 같다. 그 태동이 신기해서 배에 가만히 손을 올려봤다. 그때 배에서 팔딱팔딱 뛰는 박자와, 귀에서 울리는 박자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뱃속의 울림을 귀에서 곧바로 느낄 수 있다면… 혈관이 조금 움직이거나 일상에서 불편한 정도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 싶었다. 내 귀에 대고 건네는 아기의 신호 같아서 신비로웠다.


앉았다 일어서면 빨라지는 소리.

내가 슬프거나 다운되면 천천히 뛰는 소리.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배의 박자와 똑같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그 소리는 단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청진기를 대지 않고도 아기의 심장소리를 계속해서 듣는 것 같다.

아기가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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