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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Dec 05. 2022

그 선인장은 결국 이런 선택을 했다!

영혼의 언어로 하는 소통 3

이 신비롭고 이상한 이야기는 아더(Arthur)를 통해 내게 전해졌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게 아니므로 디테일한 부분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아더는 요즘 내가 다니고 있는 아메리칸 교회에서 만난 친구이다. 우리는 성가대 대원으로서, 그는 테너 나는 알토 파트에 소속되어 노래를 한다.


평일 중 하루 2시간 이상 연습하고 일요일에도 같은 공간에서 2시간 이상 함께 머문다.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만나다 보니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아더는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브라질에서 프랑스로 이민을 왔다. 그는 부모님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는 물론이고 영어 불어 등, 총 5개 국어를 한다.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가 특별히 언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안뇽하쉐요!”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어느 수요일 저녁, 성가대 연습하느라 모였을 때였다. 그가 자기 이모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게는 마틸다(Mathilda)라는 이모가 한 분 계신데, 아더 가족이 프랑스로 올 때 함께 왔다.


아더의 말에 의하면 그의 이모 마틸다는 식물 가꾸기라는 멋진 취미를 가졌다고 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무척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분인 것 같았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창문에는 철마다 예쁜 꽃들로 꾸며져 있다. 집안은 식물원처럼 온갖 종류의 희귀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즐비하다.


손가락을 갖다 대면 가지런한 잎사귀가 마치 입을 다물듯이 차례로 오므려지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주변의 작은 초파리를 삼키는 육식 식물도 있다.


마틸다는 각 식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서 마치 사람을 대하듯 말을 건넨다. 하지만  닭과 대화하는 K목사님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그냥 혼자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일 것이다.




한 번은 마틸다가 청소를 하다가 어느 선인장 가시에 찔려서 손가락에 피가 났다. 그녀는 부드러운 눈길로 선인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OO야~ 넌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가시도 어쩜 이렇게 위풍당당하고 멋있지? 그런데 그거 아니? 네 주변의 어느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는단다. 그러니 이제 긴장을 풀고 공격적인 자세를 거두렴!”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선인장에게 믿기 어려운 변화가 생겼다.


무슨 변화일지 상상이 되는가?


그 변화란 바로!!


선인장이 가시를 하나둘씩 뚝뚝 떨어뜨렸다. 한참 지나자 크고 날렵하던 많은 가시들이 모두 다 빠지고 부드러운 몸통만 남았다. 그리고 그 뒤로 지금까지 아주 온유한 자세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선인장은, 사막에서 수분이 쉬 증발하는 것을 막고 초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잎사귀 대신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다는 진화론적 배경이 있다. 그런 선인장이 신체의 일부인 가시를 버린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삶을 포기했거나, 생존의 위협을 상쇄할만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거나... 아마 후자가 아닐까.


마틸다의 선인장은 자신이 주인을 아프게 했다는 것에 무척 미안했나 보다. 게다가 아무도 헤치지 않을 거라는 주인의 다정한 말에 오랫 동안 생각해본 결과 공격적인 자세를 풀고 맘 편히 살기로 했나 보다.


정말 믿을 수 없지만, 아더 이모의 이야기는 실화이다.


마틸다의 선인장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도 그 선인장을 본받아
마음의 가시를 빼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1편. 기린과 식물 사이의 목숨을 건 눈치작전

2편. 양계장 목사님이 들려준 이야기 - 바위도 할 말이 있다?

3편. 그 선인장은 결국 이런 선택을 했다!

4편. 겁박받은 비둘기가 보인 행동

5편. 한 밤중의 엘리베이터

6편. 트라우마 겪는 살인 현장의 식물은 결국 이렇게 된다.

7편. 어느 날 금붕어가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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