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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20. 2023

[몰타여행] 몰타에 남은 유일한 로마식 타운 하우스

몰타어학연수 제3장 #11 임디나(3) 로마주택(Domvs Romana)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3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11 로마주택(Domvs Romana), 몰타에 남은 유일한 로마식 타운하우스


몰타는 어디를 가더라도 '시간여행자'라는 느낌을 받게되는데요. 시대를 거슬러 2천 년 전 로마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몰타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로마 주택인 'Domvs Romana'입니다. 몰타에 남은 로마인의 흔적을 만나 보시죠. s Roman로마주택(Domvs Romana)


임디나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임디나 성 밖에 왼쪽 끝부분에 있는 'Domvs Romana'였다. 그리스식 신전 건물은 약간 짝퉁 같기도 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 주택의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가 로마가 지척인 상황에서 몰타에서 로마식의 건축물을 굳이 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게다가 입장료가 6유로니 다소 비싸다는 느낌도 있었다. 


몰타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몰타의 역사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중세 이전의 몰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몰타 헤리티지에서 관리하는 박물관을 모두 가볼 수 있는 30일 티켓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내친김에 다 가보자 싶어 티켓을 구매하니 로마주택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몰타에서 로마의 흔적이라곤 트레킹으로 가봤던 로만배스가 전부였기에 큰 기대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로마주택을 찾았다. 

임디나 성곽 바깥에 위치한 로마주택은 당시의 건축양식인 그리스 신전 모양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그리스 신전 스타일의 입구로 복원된 문으로 들어서니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나온다. 이 로마 주택이 어떻게 발굴되었고 출토된 유물은 어떤 것인지 등등 로마 주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자료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Domvs Romana'인데 'Domvs'는 로마 타운 하우스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로마주택이 몰타에서 대중에게 공개된 최초의 박물관이라는 점이었다. 이 주택은 1881년에 임디나와 발레타를 잇던 철도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이 됐는데 이곳에서 출토된 어마어마한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당시 로마의 주택을 재현해 지었고 대중에게 박물관으로 공개한 곳이었다. 철도를 놓기 위해 도로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로마시대 유적을 발견했지만 그 철도공사로 인해 이곳의 유적이 상당 부분 훼손된 건 아니러니다. 


로마 주택의 입구에 전시된 내용들.


몰타나 임디나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의 전시만 보더라도 4천 년이 넘는 몰타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다. 


몰타의 역사와 임디나의 역사를 요약을 해보자면, 

로마주택이 위치한 임디나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4천 년 전부터다. BC 2400년 경 청동기 문명을 시작으로 BC 7~8에는 페니키아 인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BC6세기경에 본격적으로 도시가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로마 군이 북아프리카로 가던 도중에 몰타를 점령하게 되는데 BC 50~ AD 50년 사이에 로마 주택이 이 일대에 많이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몰타는 8~9세기에는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그때 임디나 성곽을 쌓게 된다. 그리고 아랍어로 성 안은 임디나로, 성 밖은 라바트로 정한 지명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귀족이 살던 임디나와 평민이 살던 라바트로 나뉜 건 이슬람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런 자료를 눈으로 보게 되니 확실히 더 선명하게 와닿았다. 실제로 이 로마주택이 있던 곳도 원래는 임디나 지역이었는데 임디나 성곽을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레 성밖에 위치하게 됐다. 

몰타와 임디나의 역사


이곳은 누구의 집이었을까? 

몰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로마주택에는 누가 살았을까? 설명에는 '멜리테(고대 로마 시대에 임디나 옛 지명) 마을에서 발견된 유일한 건물로 가장 부유한 집(This Rom domus is the only substantial building discovered within the ancient town of Melite and is indeed the richest house ever to be found in Malta.)이라고 적고 있었다.  전공자도 아니고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출토된 유물을 보고 얼마나 대단한 유물인지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몰타는 로마에서 자치권을 부여받았는데 로마가 지배하던 시절에 임디나(당시에는 발레타는 없었다)와 고조는 엄청난 발전을 한 것으로 몰타 역사는 설명한다. 당시 주요 도시였던 임디나와 이 일대는 중요한 로마 시대의 건물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복원해 놓은 로마 주택 외에는 로마에 관한 어떠한 것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현존하는 로마의 유적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왜 몰타에는 고대 로마 건축물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수천 년의 건물이 여태 남아 있을 리가 있나 싶지만 같은 시기 로마의 경우 콜로세움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추론을 해보자면,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섬이라 자연재해가 많았기에 건축물이 수천 년이 지난 시간까지 유지되고 있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로마의 콜로세움도, 포로 로마나도 그랬던 것처럼 몰타 역시 로마 시대의 건축물에 사용했던 돌을 재활용하면서 많이 파괴됐을 것 같다. 실제로 임디나 안의 귀족 건물들 중의 일부는 로마 때 사용했던 기둥 등을 사용해 집을 지은 경우가 더러 볼 수 있었다. 일부러 로마 스타일의 기둥을 만든 것이 아니고 실제 로마 시절 사용했던 돌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무엇보다 몰타라는 나라 자체가 작다 보니 로마의 유적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로마가 지배했던 시기보다 이후 이슬람이 9~13세기에 지배를 하면서 그나마 있던 건축물도 전부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해봤다. 


그렇게 보자면 이 하나의 주택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은 실로 엄청난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로마 주택만이 로마가 몰타를 지배했다는 근거이자 출토된 유물로 당시의 생활상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된다. 단순히 로마의 유적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파면 팔수록 엄청난 유물들이 출토되니 발굴하는 입장에서도 손이 떨렸을 것 같다. 규모에 비해 입장료가 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역사적인 가치를 생각하자면 이 정도의 가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로마 주택에서 출토된 유물로 추청컨대 로마 황실의 일원이 이 집에 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물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모양의 램프였다. 출토된 램프는 여러 유형이었는데 윗부분이 개방되어 있는 램프는 포에니 시기에 사용했던 것이고 닫힌 램프는 로마 시대에 사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특히 폐쇄형 램프 중 사람모양은 로마 제국 전역으로 수출이 됐던 북아프리카 램프라고 한다.

포에니 시기부터 로마 시대까지 다양한 모양의 램프가 출토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리아식 기둥, 코린트 기둥도 복도에 진열이 되어 있었다. 코린트 식 기둥은 1세기말에서 2세기 초에 몰타 공공건물에서 주로 사용했던 사용했던 양식이었기에 몰타 주택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몰타의 일반 주택에서는 이를 통해 도리아식 양식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그리스 건축에서 주로 신전건축에서 나타나는 도리아식이 몰타에서는 일반 주택에서 사용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인데 남아 있는 건축물이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정도는 나와줘야 로마 유적이지. 


유물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 계단이 있는 곳으로 몇 개단 내려가면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나타나는데 중정인 아트리움이 나온다. 건물의 가장 중앙에 아트리움을 배치하고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방들을 배치하는 것은 로마의 전형적인 주택 건축 양식이라고 한다. 


특히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출토된 유물도 유물이지만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로마 주택의 모자이크는 폼페이, 시칠리와와 함께 서부 지중해에서 가장 오래되고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모자이크로 평가받고 있단다.  


옛날에 있었던 로마 주택의 원형에 가깝게 보원해 놓은 아트리움의 모자이크는 이런 모양이었다. 약 2천 년 전의 모자이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원형을 추정해 놓은 그림과 비교하면 색이 바랜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로마인의 실로 놀라운 기술이다.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아트리움의 모자이크가 그대로 남아 있다. 


큰 아트리움 옆으로 다이닝 룸으로 추정하는 방이 있었다. 다이닝 룸이 아니었다면 출토된 유물로 봐서는 귀한 손님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는 방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고 했다. 로마 주택은 발견 당시부터 많이 훼손된 상황이라 공간으로 아트리움과 이 다이닝 룸 밖에 없단다.  이 방은 아트리움의 모양과는 다른 모양의 모자이크인데 상당 부분 훼손이 된 상황이라 전체 모양이 어떤지는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다이닝 룸으로 추정되는 곳 


이밖에도 다양한 모양의 모자이크가 출토됐는데 그것만 따로 모아두었는데 너무 정교한 모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현대 건축에서도 상당 부분 차용했음직한 세련된 디자인이라서 깜짝 놀랐다. 이런 유물로만 봐서도 이 집에 살던 사람의 지위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복원된 상태만 봐서는 집이 좀 작은 느낌이 들었다. 로마 황족의 일원이었다면 집이 이렇게 작을 리가 없겠다 싶었는데 추정된 주택의 모양을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로마주택 추정의 모습 


로마 주택에서 이어지는 테라스 공간으로 나가면 그 어마어마한 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현재 복원해 놓은 것은 채 1/5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 모든 파편이 전부 로마시절의 유물이다. 이렇게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더라다면 지금도 그냥 돌인 줄 알고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막 들고 갔을 것 같다. 허니, 이 지역 일대로 많았던 로마 시대 건축물들이 대부분 사라진 건  당연하겠다 싶었다. 


어찌 보면 발굴하다만 만 느낌이 드는 로마주택은 실제로 발굴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추정컨대 이 일대도 그렇고, 임디나 밑으로도 로마 유적이 상당 부분 있을 거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유적을 발굴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기에 현재까지 발굴한 것만 유지만 하고 있다고 한다. 


임디나는 느낌이 우리나라 경주와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단 신라의 수도인 경주와 로마 제국이 지배하던 당시 몰타의 수도였던 임디나는 시대적으로도 비슷하고 당만 파면 당시의 유물이 나오는 것도 참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주는 쉼 없이 유물발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몰타는 현재는 어디에서도 유물 발굴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랄까. 국력이나 경제력의 차이도 무시는 못하겠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은 로마주택 


로마주택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7~11세기에 세기 이슬람이 이 지역을 지배했을 때 이곳에 무덤을 만든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무덤에 코란이 아랍어로 새겨져 있고 아랍의 부장품도 함께 출토됐다고 한다. 무덤까지는 아직 복원이 되어 있지 않아서 설명으로만 확인해야 했다. 

로마주택의 집 터에 이슬람의 무덤이 발견됐다.


임디나는 발레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하지만 이 로마 주택을 둘러보면서 비로소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시간이 지층이 차곡차곡 쌓인 땅의 역사는 몰타가 유럽도 아닌 아랍도 아닌 독특한 곳으로 남게 된 가장 큰 문화유산이지 않은가. 로마인이 남겨 놓은 단 하나의 작은 건축물에 불과했지만 고대 로마의 흔적을 몰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순간이었다. 


+ 다음 이야기 : 인터미디어트 수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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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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