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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Nov 09. 2023

장미 & 아비스

파르코 (Parco)

미요는 꽃을 좋아하는데 그중 장미가 1순위다. 그런데 요즘에는 고사리류 식물에 빠졌다.


현실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곧 시들고 말 꽃을 사는데 돈을 아까워한다. 그나마 식물은 오래가고 성장을 잘하니까 꽃보다는 덜 아까워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미요에게 각각의 모양과 색채를 가진 꽃들은 생명 그 자체요 아름다움의 극강이다.


 겨울에 하늘 창고에서 쏟아지는 셀 수 없는 눈송이들이 제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지듯 세상의 꽃들도 수천수만 가지의 다른 향기와 모양을 뽐낸다.

세상에는 셀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고 한 줄로 소개하기에는 벅차고 감동스러운 것들로 충만하다. 하늘의 별도. 모래사장의 모래도. 하물며 자기 자신들이 가진 머리카락 수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만 피어나는 꽃들도 다 보지 못하고 죽을 판인데 요즘은 세계 각국의 꽃들과 식물들이  펼쳐지는 곳이 꽃집이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 가게의 투명한 유리창에 진열된 꽃들과 식물들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다.


 꽃의 그 아름다운 순간이 짧아 순식간에 소멸할지라도 미요는 그 짧은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작년인가?

동네에 예쁜 꽃집이 생겼다. 파르코(Parco)

꽃도 예쁘지만 각양각색의 컬러 화분과 갈색 혹은 짙은 그레이 등의 토분에 심어진 식물들을 볼 때면 천국이 따로 없다.

요즘엔 가벼운 플라스틱 화분들도 색색으로 눈길을 끌지만 토분도 갈색부터 그레이까지 식물에 어울리는 옷처럼 다양하다. 연두색의 파키라나 스킨답서스를 연두색 화분에 심으면 그 식물의 푸르름이 더 선명해진다.

프테리스, 더피, 허트펀, 보스턴 고사리 식물들을 연갈색, 혹은 그레이 토분에 심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유럽의 창가에 줄줄이 놓인 식물들처럼 미요의 베란다에, 창가에 놓고 싶어 질 정도록 가슴이 부푼다.


꽃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처럼 기분이 설레는 곳이 있을까? 그리고 그 꽃가게의 정문조차 예쁘다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미요처럼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백퍼~.

 파르코 주인은 그야말로 꽃집 아가씨 그 자체다. 가냘픈 몸매에 순박한 미소를 가졌다.

그녀가 다양한 꽃들을 테이블에 놓고 꽃들을 여기저기 대보며 꽃꽂이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꽃을 파는 직업처럼 매력적인 것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미요는 궁금해진다. 누가 저 꽃을 어디에 쓰려고 주문한 것일까?

생일? 결혼기념일? 부모나 연인을 위한 이벤트? 등등...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럽다.

미요는 지인의 집을 첫 방문할 때 휴지나 세제 그런 것보다는 싱싱한 식물이 심긴 화분을 산다. 특히 파르코에는 선물로 적당한 예쁜 화분에 심긴 이색적인 식물들로 가득하다. 미요가 고사리류 식물을 알게 된 것도 이 파르코를 통해서이다. 평생 '먹는' 고사리만 봐온 그녀에게 다양한 몸매를 가진 고사리류 식물들은 단번에 시선을 끌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아비스 고사리 화분을 선물했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것들의 새순들이 나와서 한 뼘 이상 자라 있었던 것이다. 미요의  집 아비스는 시들시들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너무 애지중지하여 미요의 아비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걸까? 식물도 아이를 기를 때처럼 방치해서도 안되고 너무 간섭해도 성장을 못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허전할 때는 맛있는 음식으로 빈 마음을 채우기도 하지만,

꽃은 한순간의 고민과 허함을 채워주는 따스하고 매력적인 벗이라 할 수 있다. 왠지 찡할 때 가슴 가득 붉은 장미다발을 한 아름 안고 그 꽃잎에 코를 박고 흥흥거리면서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환하게 밝아온다.

이젠 장미꽃도 종류가 다양해지고 한 송이당 3000원에서 45000원까지 한다.

유럽의 꽃 시장에서는 꽃이 한 단에 1000원씩 하던데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미요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장미꽃을 사기 위해 꽃집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만약 꽃의 가격이  비싸지만 않았다면 미요는 매일매일 책상 위를 꽃으로 채울 것이다. 

미요는 동네에 파르코 꽃집 같은 아름다운 가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어디 갔다 오던 길에 잠시 들러 작은 데이지 꽃을 사거나 초록색 고사리들이 심긴 화분을 사서 싱크대 앞 창가에 두고 설거지를 할 때마다 본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에 그 식물들은 기지개를 켜고 가득 쌓인 설거지를 가뿐히 하도록 돕는다.


커피점은 커피가 맛이 있어야 하고 꽃가게 주인은 어느 누구보다 꽃을 사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본질이다.


파르코 꽃집 아가씨는 꽃꽂이도 잘하지만 식물에 맞는 화분을 적절히 선택하여 심어준다.

별것 아닌 고사리 식물들이 그녀의 손에서 작품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미요는 파르코를 좋아한다.

꽃가게 바닥에 줄줄이 놓아둔 화분들을 볼 때마다 주인의 감성적인 손길에 감탄하곤 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주길 바라는 가게. 바로 파르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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