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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Aug 14. 2017

Echinacea Purpurea

인삼과 홍삼에 비견될만한 미래의 허브

 



    깨끗공기 속에 피어난 에키네시아! 큰 키를 어쩌지 못하고 화살나무 가지 사이에 꽃과 줄기를 의지하더니, 점차 노골적으로 기대어 자라고 있다. 저 너머엔 연잎을 닮은 연엽산 위로 구름 제 보자기가 덮었다 풀어놓았다 다.



    여름 시작과 함께 바람개비 같던 아기 꽃은 꽃잎을 평평한 꽃술에 맞춰 수평으로 활짝 펼쳤다. 꿀을 따는 bumblebee(호박벌)와 나비들이 날마다 몰려든다. 그러다 세 번째 변신-바람에 날개깃을 젖히고 얼굴을 비벼대며 웃는 새처럼, 꽃잎을 아래로 더 아래로 모으더니 중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다.


    에키네시아의 다른 이름 coneflower가 이름으로 명명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인디언들꽃의 모양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울타리에 기댄 채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쑥쑥 자라난 또 다른 무리의 에키네시아! 실제 이 분홍색 꽃은 멸종 위기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부지역에서 이리도 잘 자라는 걸 보니 세상의 모든 허브를 다 길러보아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울타리 너머 초록 융단처럼 자라는 벼를 돌보기 위해 이웃의 노부부도 종종 다녀가며 꽃을 바라본다. 장맛비는 연두 잎은 진초록으로, 바랜듯한 분홍 꽃은 화사한 핑크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에키네시아의 잎은 피라미드 형태로 맨 아래 과 맨 위 잎의 크기 차이가 크다. 세상 모든 생명체들은 저마다 자신을 지키는 무기 하나씩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샤스타데이지의 독성 장미의 가시, 메리골드와 제라늄 고수의 향기, 다투라투구 같은 씨앗 방.


    에키네시아의 무기는 겨울에 뿌리가 얼지 않도록 하는 담요 같은 커다란 잎과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지키기에 부족함 없는 두텁고, 거칠기가 사포 같은 잎이다. 어떤 동물이든 입을 댄다면 혀를 베이고 말 것이다.



    국에 인삼과 홍삼이 있다면 북미와 유럽엔 키네시아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탁월한 효능을 가진 허브식물! 북미의 건강식품 시장 7조 중 가장 많이 조회되는 약초 리스트에 올라 이따 보니 큰 규모의 농장에서 대량으로 재배하며 건강식품 회사와 신약 회사들과 연구도 겸하고 있다.


    잎과 줄기 꽃 뿌리 전체를 이용하여 차를 만들 거나, 시럽, 연고, 스프레이를 만들어 기침감기와 편도선염 면역력 강화제로 쓰인다. 우리에게도 신비롭고 좋은 약초들이 있지만, 약용과 관상용의 가치를 동시에 가졌고, 무지개 수준의 컬러와 신품종이 개발된 만큼 면적을 넓혀가며 다양한 종 정원 가득히 키우고 싶다. 



    말린 에키네시아 꽃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은 북미의 천연감기약이다. 실제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허브를 의사가 처방하며, 독일에서는 의대에서 허브의 효능과 사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비가 엄청 내린  다음날- 에키네시아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콘의 상태로 보아 잘라서 말리면 씨앗으로 손색이 없을 듯했다. 생생한 꽃들은 tea를 만들기 위해 따로 분류 두었다.



    꽃잎을 떼어낸 씨앗은 햇볕에 더 익히는 작업을 해 두었는데, 한 뿌리가 20년의 긴 생육기간을 거치며 자라니 나에겐 너무나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른 꽃대 아래로 벌써 다음번 꽃들이 피려고 준비 중이다. 





    꽃의 아름다움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해외에선 상품 디자인으로 쓰이고 있다. 도자기, 천 의자, 새 모이통, 컵, 샤워 커튼, 쿠션 커버, 핸드폰 케이스, 그래픽 등으로 다양하다. 꽃으로만 좋아했던 존재에 대하여 점점 깊이 알아가는 것은 사람과의 사귐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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