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계약의 효력
최근 의뢰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인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공사업체에 병원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꾸 추가 공사대금을 달라고 하고,
정해진 공사시일도 지키기 않아 약속한 시점에 병원을 오픈하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다보니
업체와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법적으로 계약내용의 이행 또는 계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약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인데
말로체결한계약도 효력이 있는지
생활속에서 말로체결한계약이 문제되는 경우
구두계약의 성립 및 계약의 내용
구두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거나 혹은 부정하고 싶은 경우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말로 체결한 계약은 '구두계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말로 체결한 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을 계약서로 작성하거나 혹은 문서로 남기지 않고
말로만 정한 계약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잘 아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계약의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고
좋은게 좋다는 마음으로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행 또는 완성될 경우에는
이런 방식으로 체결한 계약이 문제되지 않지만
만약 계약 진행 과정 중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 때는 이 계약의 방식으로 인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민법은 계약의 종류를 15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중 현상광고라는 계약의 형식 외에는
낙성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낙성계약이란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가 합치하기만 하면 계약이 성립하고
그 밖에 다른 형식이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말로만 하는 계약도 낙성계약에 속합니다.
"이런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자"고 말해서, 상대방이
"그래"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도
우리 민법은 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낙성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구두계약도 서면계약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고 하여 구두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6. 11 선고 2014가합37854 판결 참조)
일상생활 속에서 구두계약이 문제되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크게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말로만 계약이 체결된 경우 모두 구두계약에 해당하지만
특별히 구두계약이 문제되는 계약의 유형들이 있습니다.
먼저, 돈을 빌려주는 계약을 소비대차라고도 말하는데, 소비대차란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소비대차계약이 낙성계약이므로,
돈을 빌린 사람이 현실로 금전 등을 수수하거나
현실의 수수가 있은 것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여야만
소비대차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금전을 실제로 수수하지 않더라도 돈을 빌렸을 때 소비대차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4652 판결 참조).
그리고 공사계약의 경우 공사목적물과 공사기간, 공사대금 등이 정해지고,
이에 대해 계약당사자들이 합의를 하는 경우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에 공사의 대상 및 공사대금의 액수 또는 공사기간 등의 문제에 있어
계약 당사자 사이의 의견의 차이 또는 분쟁이 생기면
구두로 체결한 계약의 경우 그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분쟁의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계약에 관하여 법원은,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라든가 보험계약의 내용 등은
그 증거증권만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전후 경위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고 판시한 바 있는데, 위 내용을 보면 보험계약도 구두로 체결될 수 있는 계약에 해당합니다.
(대구지방법원 2009. 5. 28 선고 2008가단102544 판결 참조)
또한 토지나 물건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교환계약)에 관하여서도 법원은,
교환계약은 당사자간에 청약의 의사표시와 그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이른바 낙성계약으로서 서면의 작성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 교환계약도 구두로 체결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약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구두계약은 근로계약 등을 체결할 때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구두계약의 효력은 인정하면서도 구두계약이 성립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9696 판결 참조).
청약의 의사표시는 그 내용이 이에 대한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고,
승낙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청약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며,
이 경우에 그 승낙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계약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승낙또한 그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관한 것이기만 하면 구두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고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두계약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문제되었을 때 서로의 주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두계약의 존재에 관하여 법원에서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이러이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에 관하여 녹음, 계약내용을 아는 증인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제시해야합니다.
만약, 이러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면 구두계약의 내용을 인정받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법원이 계약내용을 해석할 때, 계약의 내용이 문서로 작성된 경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만약 문서로 작성된 계약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이번 사건 처럼 계약서 자체가 없는 구두계약이 체결되었을 때에는
계약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 참조).
계약당사자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즉, 문언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법원은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계약의 내용을 해석하게 됩니다.
어떤 구두계약이 존재한다고 할 때,
구두계약의 내용은 계약당사자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계약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계약의 내용이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 계약당사자는,
구두계약의 내용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하거나
계약의 동기 및 경위 , 목적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
구두계약의 존재 및 구두계약의 내용을 입증하여
구두계약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여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의 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 계약당사자는.
구두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계약서로 작성된 계약의 내용이 없다는 것
그리고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다
는 내용을 주장하여 구두계약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구두계약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의 내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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