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8
마주오는 시간들은
주로 덤벼든다
형편없는 식사처럼 주어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성실하게 살아 놓고도
조바심 낸 죄뿐인 우리에게
일거리 걱정거리는
많이도 눌러 담고
행운이나 대박은
달콤한 찬거리로
잘 내어주지도 않으면서
어김없이 거칠게 날아드는
숙제와 숙제들
우걱우걱 삼키며
우리는 서른이 되고
또 서른 다섯이 되었다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곱고 보드랍네
태연하게도 말이야
수고스러웠지만
끝내 이유가 있었고
틀렸지만
어쩌다 정답을 찍은 것보다
훨씬 많이 배웠고
넘어졌지만
가까스로 선 모양보다
폼이 났고
다 잃었지만
실은 더 가진 날들
앞에서 덤벼들 땐
헤아릴 틈이 없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그래 너는
푸르고 어린 빛이었구나
예쁘기도 해라
멀어져야 보이는
시간의 빛
오늘이 어제가 되고
마침내 옛 일이 되면
바로 저 고운 모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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