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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Mar 01. 2024

육아를 취미로 만든 방법

내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는 2018년, 남편과 막 결혼준비를 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도 수 차례 블로그를 시작했다 접은 적은 많았다. '파워블로거'를 야심차게 꿈꾸며 블로그에 글을 올렸지만, 몇 달 하다 보면 귀찮기도 하고 소재가 고갈돼서 지속이 안 됐다. 하지만 결혼준비-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지난 몇 년간 소재는 끊길 새가 없었다. 그렇게 내 블로그는 나의 치열한 일상을 담은 공간이 되어 갔다.


처음엔 아이와의 일상을 기록하는 육아일기장 수준이었다. 신생아가 커서 아기가 되어 가는 신기한 과정을 남겼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이유식도 해 먹여야 하고 이런저런 발달에 맞는 놀이도 해 줘야 해서 그런 기록도 남기다 보니 제법 육아 블로그다워졌다. 이런저런 협찬도 들어오니 나름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됐다. 아이가 만 네 돌이 넘은 지금까지 로션이나 샴푸는 거의 사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블로그 방문자와 구독자가 늘어나니 제법 고가의 협찬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이득보다 더 좋은 점이 있었다. 바로 블로그에 육아 기록을 남기면서, 아이와의 시간을 더 값지게 보내게 된 것이다.

흔히 SNS는 비교심리와 열등감을 자극하는 '악의 축'처럼 묘사되곤 한다.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의 발달을 비교하고, 완벽한 것만 같은 다른 집 부모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죄책감이 들 수 있단 것이다.


그러나 비교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적절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는 듯하다.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면서 더 다양한 재료로 이유식을 해 먹일 수 있었고, 다양한 주제로 아이와 '엄마아빠표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영상만 보여주고픈 주말에도 근교 공원에라도 가서 아이와 나들이를 하게 됐다.



나는 육아 체질이 아니었다. 아기가 어릴 땐 육아를 하는 행복보다는 힘듦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내 시간과 취미가 완전히 사라진 듯한 삶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블로그에 한땀 한땀 기록하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만들었다. 그러자 힘들고 지루하던 육아 일상도 '오늘은 뭘 할까?'라는 기대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보여주기식 육아를 하지 않도록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가장 중요한 건 블로그를 키우는 것이 아닌 내 아이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블로그 포스팅용 소재가 생각났더라도 아이가 원치 않으면 하지 않았다. 아이와 나들이를 가서도 보기 좋은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저 아이가 신나게 놀고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남기는 정도로 했다. 덕분에 내 블로그는 멋드러진 사진을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는 대체로 우리와의 나들이를 기분 좋게 기억하고 있다. 간혹 아이와 나들이를 가면 사진을 찍기 위해 울고불고 거부하는 아이를 억지로 놀이기구에 태우려 하거나 무리하게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님들을 보곤 한다. 사진을 위한 나들이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엄마표 놀이'를 하면서도 아이가 정해진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싶어한다면 그대로 하도록 했다. 비록 사진으로는 좋은 '그림'이 안 나오더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아이의 얼굴 정면 사진과 본명, 다니는 기관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많은 부모님들이 SNS에 아이들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있고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염려가 많은 나의 성격상 만약의 사태를 예방하고 싶다.


워킹맘으로서 꾸준히 포스팅을 올릴 시간이 많지는 않다. 나는 모바일 포스팅을 주로 이용한다. 그때그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앱으로 올려 둔 뒤 임시저장을 해 두는 것이다. 그런 다음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 시간 중 일을 끝내고 잠시 쉬는 틈에 텍스트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런 '틈새 포스팅'으로 최근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1일 1포스팅을 하고 있다.


지인들과 블로그 얘기를 하다 보면 '글 쓰는 데 자신이 없어서 못 한다'는 반응을 듣는다. 개인적으로 글 쓰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만, 블로그를 하기 위해 꼭 글을 잘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글 쓰는 데 거부감이 적다면 더 좋겠지만, 블로그 포스팅은 문학 작품이나 매체의 기사가 아닌 '콘텐츠'다. 유튜브의 영상, 인스타그램의 피드처럼 구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라고 보면 된다. 글보다 사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들과 편하게 SNS를 하듯이 가볍게 남겨도 된다. 기막힌 문장력보다는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꼭 블로그가 아니어도 괜찮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꾸준히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매체라면 뭐든 상관 없다. 육아든 어떤 분야든 기록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디지털 노마드로 가는 첫 발자국은 꼭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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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살짝 홍보하고 갑니다. �

https://blog.naver.com/ruthyp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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