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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n 23. 2024

까치가 있는 풍경

클로드 모네

눈이 그쳤다. 뽀드득 소리가 함께 찾아온 환한 아침 햇살이 하얗게 쌓인 눈 위에 그림자가 갖가지 색으로 춤을 춘다.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언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그린 이 그림은 파리 살롱전에 출품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낙선한다. 사진처럼 단정하게 마무리된 그림을 기대하던 심사위원은 붓이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느껴지는 모네의 대담함에 아직은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Claude Monet <The Magpie>, (1869) 출처: Wikiart



+ 하루키 감상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기 일 년 전, 모네는 자신의 뮤즈이자 사랑하는 아네 카미유 동시외와 에트르타Etretat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1868년에서 1869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에트르타Etretat는 당시 프랑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신비의 장소였습니다. 코끼리 절벽, 푸른 바다, 수채화 같은 하늘,


친구에게 처음으로 바다를 보여 주어야 한다면, 서슴없이 에트르타 마을을 보여 주리라.
Si j`avais à montrer la mer à un ami pour la première fois, ce serait Etretat que je choisirais. – Alphonse Karr
(19세기 중엽 프랑스 기자이자 소설가인 ‘알퐁스 까르’ (Alphonse Karr)가 발굴해 알려졌다.)


모네는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에트르타Etretat에 방문한 적 있습니다. 당시 한 가지 다짐을 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다시 오리라, 20년이 지나 모네는 사랑하는 카미유와 에트르타Etretat를 향합니다. 이제는 유명해져 관광객이 많아 겨울을 택합니다.


틈틈이 아껴 모은 돈으로 허름한 집을 3개월간 계약해 빌립니다. 모네는 카미유와 함께 집을 청소하고, 화구와 식기, 의복, 침구를 정리합니다. 해가 짧은 늦은 11월, 모네는 아침부터 정오까지는 그림을 그렸고, 오후부터는 카미유와 에트르타Etretat 해변과 절벽을 함께 거닐었습니다.


1월 1일 아침, 밤사이 눈이 많이 내린 것 같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풍경. 어림잡아도 자신의 무릎 깊이까지 쌓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약속한 카미유와의 코끼리 절벽 산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은 한숨을 짓고, 멍하니 건너편을 보는데, 문득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고고한 듯, 

고독한 듯, 

무애*한 듯,


* 무애無碍 - 모든 바깥 경계에 장애되지 않고 그와 일체가 되어 자유로운



&



1. “여름 못지않게 겨울이 아름다운 시골로 내려가네. 이번 겨울에는 아주 신중한 작업을 할 계획이라네… _바질Bazille 에게 보낸 글 중에서


모네는 친구 바질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고, 카미유와 단둘이 에트르타Etretat로 향했다. 기억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그날의 빛, 인상을 쫓아. 흰 을.


2.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사일 주기로 눈이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매번 파릇한 눈이 수북이 쌓였다. (북서쪽에 위치한) 모네의 집 창 너머로, 창백하게 빛나는 태양, 반짝이는 눈. 핏기 없이 생기 넘쳤다. 창 너머로 연주되는 2중주


3. 붓이 멈췄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그림을 보던 모네는 잠시 창 밖을 보다 붓이 다시 움직였다. 옅은 노란색, 푸른색, 미세한 보라색으로 뽀송한 촉감과 질감으로 표현된 눈, 그림자로 빛의 밸런스를 조절했다. 풍경을 밀도 있는 투명 공기로 채웠다.


... 까치의 숨,

으로 채워진 캔버스 

* 화가 -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 ~ 1926, 프랑스)

+ 전기(1840-1869)


클로드 모네는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아버지는 상인으로 어린 시절 르아브르에서 보냅니다. 1859년, 모네는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 외젠 들라크루아와 샤를 글레르의 영향을 받았고, 야외에서 풍경을 그리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1860년대, 모네는 에두아르 마네와 가브리엘 샤를 다비드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순간적 인상을 포착하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1865년, 모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련>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움직이는 물의 표면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붓놀림과 밝은 색채를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 중기(1870-1890)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자, 모네는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피난을 떠납니다. 런던에서 모네는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접했고, 터너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런던의 템스 강>을 그립니다.


1871년, 모네는 프랑스로 돌아와 아르장퇴유에 정착합니다. 아르장퇴유는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로, 모네는 이곳에서 많은 명작을 그립니다.


모네는 모델 겸 화가였던 카미유 동시외와 1865년에 만나 1867년 결혼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결혼 생활을 하다 카미유 동시외는 1878년에 딸 잔느를 낳고, 1879년에 결핵으로 사망합니다.


+ 후기(1891-1926)


모네는 시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시력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붓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을 그립니다. 1890년대 후반, 모네는 지베르니에 정원을 조성하고, 지베르니 정원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립니다.


알리스 오세데는 모네의 두 번째 부인으로 부유한 집안의 여성이었습니다. 친구 에른스트 오세데의 아내였으나, 모네와 사랑에 빠져 1892년 모네와 결혼을 하였고, 알리스는 모네의 재정적 후원자이자 든든한 조력자가 됩니다. 그녀는 모네가 지베르니에 정원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1920년쯤, 모네는 백내장으로 완전히 시력을 잃지만, 시각을 잃은 후에도 색채와 형태를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합니다. 1926년(86세)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당시 주류 미술 비평가들은 모네 작품이 전통 회화 양식과 크게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했습니다. 그들은 모네 작품이 형식적이고, 사실적이지 않아 예술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자연의 순간, 인상적 표현


모네는 야외에서 풍경을 그릴 때, 그 순간의 빛과 색채를 포착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짧은 붓놀림과 밝은 색채를 사용합니다.


2. 색채의 중요성 강조


모네는 색채를 회화의 중요 요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색채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다양한 색채를 시도했습니다. 밝은 색채를 사용해 자연의 생기와 활력을, 어두운 색채를 사용해 자연의 고요함과 평화를 표현했습니다.


3. 빛의 변화에 따른 표현


모네는 빛의 변화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같은 풍경을 여러 번 그리면서 빛의 변화에 따른 표현을 탐구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1860 ~ 70년대 중반 그의 작품들. 막 30대가 된 모네의 그림들입니다. :) 감상해 보실까요?

출처: NGA





"6월에 우울했던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차이콥스키도 그랬을 것이다. 오늘 들을 곡은

나른한 여름날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_1일 1클래식

/

리히터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6월'. 불안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잠들어 있는 당신의 감수성이 깨어나는 소리다. _하루키

Richter plays Tchaikovsky The Seasons, June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Claude_Monet

[2] NGAClaude_Monet

[3] TheartstoryClaude_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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