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한 마음
2019. 3. 11.
오후 10:23 기록
슬픔에는 유통기한 같은 게 없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은 나이를 먹지 않네.
시간이 오래 흘러도 그때 그 시간에 멈춰 있구나.
오후 11:10 기록
사랑을 잃고 썼다는 기형도의 빈집은 무슨 색일까?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기형도는, 무슨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오후 11:48 기록
곰팡이는 발음이 귀여운 것 같다. 곰팡이처럼 발음이 사랑스러운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단어를 수집해보자. 몽글몽글. 폴로 폴로 니트. 칼하트 카라티. 반스 빤스. 얼쑤. 아몰랑. 홍학. 초코. 펭귄. 우리.
오전 12:07 기록
어째서 사랑은 셋이 할 수 없을까. 나는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걸 불안하면서도 분명한 예감으로 체감하고 있는 와중에도.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이었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나의 애인을 무람없이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당신의 때늦은 고백을 수용할 수 없었을까. 나는 어떤 류의 사람인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다방면으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림을 잘 그렸고 글을 잘 썼으며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 영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까지 겸비한, 못하는 게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나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당신을 사랑했다.
오전 13:28 친구의 메시지
귀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오전 15:04 기록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살펴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