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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나의 욕심인걸까

아이 둘과 함께하는 여행

by 윤지민

3-3-3 좌석에 50GHJ.

저녁 8:05 출발하는 브리즈번행 비행기.


아이 아빠와 공항에서 짧은 인사를 하고 나름 긴 비행에 비장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 둘을 양 옆에 앉히고 가운데 앉았다.

언제나 그렇듯 준비해온 비행템들은 20분도 가지않고, 결국 이륙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헤드셋을 착용했다.


양쪽으로 혼란하게 수발해야하는 기내식에 아이들은 입맛이 없는지 별로 먹지를 않았고, 나는 맵고 짠 낙지제육을 흡입했다. 맥주 한 캔을 마신 게 나에겐 이미 사치였다.


한국시간이 열두시가 다 되어서야 아이들은 불편한 자리에 칭얼거리다 한 명은 양 다리를, 한 명은 머리를 내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잠이 들었다. 양다리가 저린채로 자다깨다하며 영화를 봤다.


<로드 투 파타고니아>.

한 호주 남자가 알래스카에서 파타고니아까지 해안선을 따라 2년반동안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남자는 캐나다에서 여자를 만나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했고, 나중에는 도로와 주유소에 얽매이지 않으려 말 네 마리를 타고 여행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파타고니아에 홀로 도착한 주인공은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교훈은 실수에서 오는 법이죠.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가장 큰 실수는 실수를 두려워하며 사는거라죠.”


걱정과 고민이 많은 요즘이었다.

삶의 변화를 겪어내는 과정에서 무력하게 나 홀로 변화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당장의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이리저리 탐내기만 했다.


결국 내가 집중해야하는 건 지금 내 두 다리에 느껴지는 아이들의 무게인데, 내 온전한 마음과 정성을 쏟고싶은 건 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인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뭔가를 다 가져보겠다는 결승선의 영광만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아이들과 여행처럼 산다는 건 고민의 연속이다.


이 여행이 나의 욕심 때문인건 아닌가,

중요한 시기에 여행으로 잃는 것이 많으면 어쩌나,

당장 내일은, 모레는, 뭘 하면서 보내야할까.


사실 매일이 두렵고 험난한 순간이 많지만, 실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나의 실수와 삽질로 인해 함께 고생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두려운 것도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겠는가, 우리는 가족이니 서로를 이해해야지.

너희도 이렇게 떠나지 않고는 못 버티겠던 젊은 날의 엄마를 이해해줄 날이 오겠지.


일단 해보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장 큰 교훈은 실수에서 올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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