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 체력

체력이 소진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나이가 들면서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그거 나이 들어서 그래."


이 말이 나오는 타이밍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예전과 같지 않게 조금만 무리해서 일을 하거나 놀다보면 금방 체력이 소진되는 경우다. 어제도 후배들과 약속이 연달아 두 탕 있었다. 점심 약속에서 두 명의 후배를 만나고, 저녁 약속에서 세 명의 후배를 만났다. 만나서 맛있는 걸 먹고 수다를 떠는 게 전부지만 평균적으로 4-5시간이라는 시간을 할애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체력 소모가 꽤 된다. 예전에는 하루에 두 탕, 세 탕의 약속을 잡아도 다음 날 거뜬히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이제는 하루 약속을 잡으면 그다음 날은 집에서 온전히 쉬어야 체력이 회복된다. 어제도 점심 모임을 함께한 후배들과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면서 '어휴~ 왜 이렇게 피곤하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 후배 한 명이 '언니 이제 나이 들어서 이 정도 놀면 내일 하루는 쉬어줘야 해요.'라고 대답했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만간 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쿨하게 헤어졌다.


두 번째는 음식을 먹었는데 소화가 잘 안될 때다. 나이가 드니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쌀밥과 한식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밀가루로 된 음식을 먹으면 하루 종일 더부룩하다. 그나마 점심에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저녁때쯤 소화가 되지만, 저녁으로 밀가루 음식을 먹은 날은 잠들기 전까지 속이 더부룩해서 영 불편하다. 그런데 이건 30대 초중반이 되면 누구나 겪는 신호이다.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까지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 중 나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아이들이 있어서 쉽게 멀리하지 못한다. 항상 같은 패턴이다. 먹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또 먹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세 번째는 기억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때다. 무슨 말을 하다가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내 토크에서 길을 잃을 때, 무슨 설명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그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회의를 하다가 오전까지 생각나던 아이템 또는 아이디어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때 등. 그나마 휴대폰이 있어서 바로바로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으나 또래 친구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의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듯 바디랭귀지가 필수다. 서로 답답해서 온몸을 이용해 표현하는 모습이 꽤 볼만하다. 심지어는 회의를 할 때 윗분들이 '그거 있잖니'라는 말에 후배들이 '혹시 그거요?'라는 스무고개 형식의 대화가 오갈 때도 있다.


네 번째는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날 때다. 이제는 감기와 같은 소소한 아픔을 떠나서 갑상선이나 유방, 자궁, 간, 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는 사람들이 넘친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을 갔다고 하면 이제는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을 알려주는 게 익숙한 나이가 되었다. 이미 나도 콜레스테롤 때문에 몇 달째 약을 복용 중이고, 작가들 중에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서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허리나 목 디스크를 앓는 사람도 허다하고, 모두가 다 같이 치료에 열을 올리며 살고 있다. 누구 하나 무탈하게 사는 이가 없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 말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훅 꺾이는 나이가 있다고 한다. 마의 35세. 노화라는 게 꾸준히 진행되지만 35세가 되면 주가가 폭락하듯 후룸라이드 속도로 크게 온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시기를 겪었고 주변에서도 35살을 넘기니 체력 회복이 비교가 안된다며 혀를 내두른다. 35세를 지나도 꾸준히 노화는 진행되지만 이 이후에 또 한 번 꺾이는 나이는 60세라고 한다. 아직은 먼 미래지만 분명 그 시기가 다가오면 나는 또 한 번 인체의 신비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약해지는 체력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일주일에 3회 정도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며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 체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쟁여놔야 한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운동은 다이어트, 자기 계발이 아닌 생존 본능이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버피 운동을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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