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 소리 >
매미들의 노랫소리가 찌르르르
아우성처럼 울려 퍼지는 늦은 아침
입추가 지나고 난 뒤의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처연하다 못해 초연함을 느끼게 한다
7년을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다
여름 한철 날개 달고 울다가는 매미
한여름을 다 지내고 이제는
서늘한 바람에 떨어지고야 말
검푸른 잎사귀들 사이에서 울어 대는 그 울음소리는
서글픔의 노래 아니면
한 세상 잘 살다 가노라는 작별 인사인 걸까
나는 그 노랫소리와 함께 인생을
토론하고 싶어진다
매미와 함께 술잔 앞에 놓고
긴 어둠과 짧은 인생에 대해 논하며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웠노라고
뮤지컬처럼 노래하는 매미에게
파안대소로 맞장구를 치며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인생을 위해
술 한 잔 따르고 싶다
-[그래도 인생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