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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Mar 04. 2024

논문은 서론이 99%

논리가 허술하면 리뷰어는 안 읽는다.


엔지니어 경력 관리로만 따졌을 때 본인에게 가장 도움 되는 글쓰기는 무엇일까? 답은 논문과 특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문서들과 달리, 논문과 특허는 소비하는 고객이 명시적이지 않다.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이다. 그것은 '출판'이라는 형식으로 회사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회, 저널, 특허청의 1차 리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단 출판이 된다면 리뷰를 통과했음을 의미하므로 문서에 나름대로의 권위가 부여된다.


논문과 특허가 엔지니어의 경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유는 그 출처와 함께 이력서에 명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력서에 기술하는 경력, 스킬셋, 학력 등 여타 항목들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논문, 특허와 같은 출판 이력은 그만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경력의 '증빙'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력서에 프로젝트 경력, 스킬셋 등을 아무리 화려하게 기술해 보았자 사실 이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그래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회사는 인터뷰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단계까지 가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재직증명서를 첨부하기도 하지만 이는 면접 통과 후 평판 조회용이며, 말 그대로 전 직장에서의 '재직 여부'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이력서상에 기술된 프로젝트 이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증명도 하지 않는다.

엄청난 인재의 탄생, 이미지 출처=예나빠 태블릿


이에 비해 출판 실적이 첨부되어 있다면 이력서 수신처에서 해당 문서에 직접 접근해 볼 수 있다. 출판물이 지원자의 과거 프로젝트 결과라면 경력 내용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고, 지원자의 도메인 지식이나 스킬셋들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학회, 저널과 같은 논문 게제처의 저명도에 따라 지원자의 역량을 미리 점쳐볼 수도 있다. 따라서 출판 이력이 있는 지원자는 경력 사항과 함께 출판처의 인터넷 링크를 함께 걸기도 한다. 읽어보길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력서는 신뢰도를 높여줘 인터뷰로 이어질 가능성을 함께 높인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실무를 하면서도 여건이 주어지면 틈틈이 논문과 특허를 써둬야 한다. 결국 그 건건이 모두 내 경력을 뒷받침하는 증빙문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독자라면 향후 미국 회사 지원 시 도움이 될만한 해외 학회, 저널, 미국 특허를 출판 실적으로 꾸준히 쌓아두어야 한다.


오늘은 논문의 배경과 작성 핵심 포인트를 짚어볼 것이며, 다음 시간에 특허를 다룰 것이다. 사실 논문이나 특허는 쓰면 쓸수록 그리고 지도 교수, 선배, 상사에게 (쪼인트를 까이며) 첨삭 지도를 받으면 늘기 마련이다. 모쪼록 필자가 오늘 알려주는 작성 요령이 그 고된 배움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


논문은 누가 왜 쓰는가?


논문은 원래 '연구'가 본업인 대학원생, 연구소 연구원들이 주로 쓰는 학술적인 문서다. 이들을 제외한 통상의 엔지니어가 논문을 쓸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업무 성격이 '연구'가 아니라서, 결과물을 논문 주제로 삼기엔 신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본업과 병행하며 논문을 쓸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와 개발을 겸업하는 리서치 엔지니어, 선행 기술 개발 부서의 엔지니어, 기술 홍보와 고객 지원을 주로 하는 데브텍(DevTech: Development Technician)과 같은 직군들은 필요시 논문을 작성해 외부에 발표하기도 한다. 따라서, 논문 작성이 본업이 아닐지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써두면 무조건 남는다.


그렇다면 회사가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 선점을 위해서다. 태생적으로 논문은 독창성(Originality)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발표하지 않았던 이론, 기술을 제시하고 그 이득을 입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논문으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탁월해도 남들보다 늦으면 절대 논문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연구나 독창성 있는 기술 개발이 성숙하면 회사는 신속하게 논문으로 발표한다. 같은 주제나 아이디어를 연구하는 회사나 기관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으로 발표해 '이 기술은 우리가 최초로 개발했고 그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다*'라고 주장하며 동종 업계라는 들판에 깃발을 먼저 꼽는 것이다.

* 물론 논문이 법적인 소유권, 재산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술을 관련 학계나 업계에 가장 먼저 노출시켜 시기적인 원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법적인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차주에 후술 할 특허(Patent)를 출원하고 등록해야 한다.
* 논문은 통상 학회, 저널의 리뷰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성, 제출, 리뷰, 출판(발표)에 걸리는 시간이 6개월~1년 정도로 꽤 걸리는 편이다. 그 시간 동안 타인이 같은 아이디어로 논문을 발표하면, 자신의 논문의 신규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요즘은 아카이브(Arxiv)와 같은 사이트에 리뷰, 출판 전 논문을 선공개하는 추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업계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회사는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해 기술을 선점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업계에 홍보한다. 발표회나 오픈 소스 형식으로 기술을 배포하여 동종 업계 개발자들에게 피드백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러한 피드백들을 모아 사내 기술 이전이나 표준화 활동 시 '이 기술이 제품에, 또는 표준에 들어가야 할 주요한 근거'들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경력을 위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 선점, 홍보, 업계 피드백 수집의 목적으로 논문을 발표한다. 개인과 조직이 상생하는 방식이 된다.


논문 작성의 핵심은 서론


대학원 특히 박사를 마치고 업계에 진출한 엔지니어의 경우 논문 작성이 이미 익숙하다. 학위 과정 내내 했던 일이 '연구'이기 때문이다. 지도 교수나 선배에게 첨삭 지도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작성방법에 대해 고도로 훈련받는다. 따라서 오랫동안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다면 이미 자신만의 작성 스타일이 정립된다. 자신을 지도했던 지도 교수의 것일 수도,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씩 리뷰어로서 학회에 제출된 논문들을 읽다 보면, 여전히 기본적 구성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곤 한다.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졸업해도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다. 그만큼 쓰기 어려운 글인 것이다. 다만 오늘은 여러분의 지도 교수가 해주듯 빨간펜 첨삭 지도를 할 수는 없고, 논문 작성 시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만 다루려고 한다.



논문은 말 그대로 '논(論)하는 글'이다. '설득'을 위한 대표적인 글로서, 가장 완벽하게 '논리적인 글'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전 글에서 다뤘던 '엔지니어의 글쓰기'의 원칙(주제가 분명하고, 근거가 뒤따라야 하며,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문장으로, 두괄식으로 써야)이 모두 적용된다.  


이에 덧붙이자면, 논문 작성의 핵심은 바로 '서론'에 있다 할 수 있다. 논문의 구성은 전형적으로 초록-서론-관련 연구-본론-실험 결과-결론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논문 제출 시 당락 유무의 90% 이상이 '서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뷰어들이 서론을 읽다 저자의 논리에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발견하면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하면) 이후 섹션들은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다. 전제, 가정, 문제 제기,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서론에 모순이 있다면, 본론 이후의 내용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논문의 핵심은 서론


앞 글, '엔지니어의 발표자료 작성 요령'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론은 독자를 상대로 프레임을 짜는 곳이다. 리뷰어가 서론을 읽으며 저자의 논리에 설득을 당하면 심리적 긍정의 상태로 이후 섹션을 읽는다. 본론에서 문제를 발견해도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조언하는 입장에서 리뷰 의견을 남긴다. 이에 반해 서론의 논리가 허술한 논문을 읽는다면 리뷰어들은 일단 논문에 부정적인 입장이 된다. 이 경우 리뷰어가 나머지 섹션들을 읽는 유일한 이유는 논문을 탈락시킬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따라서 '서론'에서 기술하는 논리 전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서론의 단락 기술 순서는 나름대로 정형화되어 있다. 1) 배경, 2) 문제 제기, 3) 해법 제안, 4) 섹션개괄의 순으로 작성한다. 따라서 통상 서론은 4~5 단락들로 이뤄진다.


1) 배경: 1~2 단락을 이용하여 본 '논문에서 풀려고 하는 문제'가 도출된 배경을 설명한다. 논문이 제기하는 문제가 P라면, P가 속한 분야의 기술 T가 해당 업계, 학계에서의 추세와 상황을 우선 기술하고, T기술에서 P라는 문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다. 또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G의 당위를 기술한다.


2) 문제제기: 본격적으로 문제 P를 제기한다. 목표 G를 달성하기 위해서 풀리지 않은 P라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근거와 함께 기술한다. 만일 동일한 문제 P를 해결하려 했던 선행 연구가 있다면, 해당 연구의 한계점을 문제 P에 포함시킨다. 이 단락에서는 선행 연구들을 모두 기술할 필요는 없다. 별도의 '관련 연구'섹션에서 기술할 것이다. 목표 G달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수개라면, '첫째, XXX. 둘째, YYY'와 같이 항목화(Itemize)해서 기술하면 독자가 훨씬 읽기 편하다.


3) 해법제안: 앞 단락에서 제기한 문제를 풀기 위해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기술한다. '본 논문에서는 AAA와 BBB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문제 P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면 된다.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본론에서 담고, 서론에서는 방법론만 제시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단락에서 제기한 문제들과 1:1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문제 P1, P2를 제기했다면 각각에 대한 해법 S1, S2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하나의 방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설사 해법 S가 P1, P2 모두를 해결한다 해도, S가 어떻게 P1, P2를 풀어내는지를 별도로 기술해야 한다. 이는 '일관성'을 지키는 논문 작성의 기본이다. 문제와 마찬가지로 해법도 항목화해서 기술한다.


해법을 제안했으면 같은 단락에서 '근거'를 간략히 기술한다. 제안하는 방법을 적용한 실험 결과, 지표상으로 얼마큼 개선되어, 목표로 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요약한다.


문제와 해법은 반드시 짝궁을 이뤄야 한다.


4) 섹션개괄: 이후 섹션들이 어떤 내용을 다룰지를 개괄한다. 가령 '섹션 2에서는 관련 연구를 살펴보고, 섹션 3에서는 제안하는 기법의 알고리듬을 설명하며, 섹션 4에서는 구현 방안을 기술하며, 섹션 5에서 실험 결과를 보이며, 섹션 6에서 결론을 맺는다'라는 식이다. 반드시 필요한 단락은 아니다. 과거에는 관습적으로 이 단락을 기술하곤 했는데 이러한 패턴이 식상한 지 최근 논문들은 해당 단락을 많이들 생략하고 있다.


서론 작성은 연구 종료가 아닌 개시 시점에 착수해야


서론에서 '배경'과 '문제제기' 단락이 가장 중요하다. 이 '논문을 제출한 이유'에 대한 논리를 세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두 단락이 논문 전체의 논조, 주제를 결정하고, 리뷰어가 가장 집중하며 읽는 곳이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배경 설명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는지, 예외 경우가 없는지, 가정이 타당한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논문 작성을 연구를 마쳤을 때가 아닌, 연구 개시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문의 서론 작성을 위해 치열하게 논리를 설계하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연구 방향이 잡히기 때문이다. 왜 제안하는 방법이 필요한지, 왜 제기한 문제가 반드시 풀려야 하는지를 명확히 한다면, 연구의 당위성이 더 분명해진다. 방향이 설정되면 아이디어들에 대해 우선순위도 드러나게 되고, 막연히 생각했던 문제의 본질도 선명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미 연구가 성숙한 뒤 논문 작성을 시작하곤 한다. 실험 결과도 어느 정도 도출되어 아이디어가 나름대로 검증되었다 판단될 때 비로소 작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서론에서 논리를 세우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러워질 위험이 있다. '답정너'처럼 이미 내려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꿰어 맞추듯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모순에 빠질 수도 있고, 뒤늦게 가정, 전제에서 허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계획대로 학회에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면, 문제의 범위를 축소시켜 논문의 기여도(Contribution)를 떨어트리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논리 설정이 어려워진다.


관련 연구는 서사가 있어야


통상 두 번째 섹션에 기술하는 관련 연구는 서론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흔히들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별 의미 없이 나열식으로 기술하곤 한다. 제안하는 방법과 연관 있는 몇 가지 기술군을 카테고리화한 뒤 각 기술군별로 선행 논문을 요약한다. 'A라는 논문에서 a를 제안했었고, B논문에서 b를 제안했으며, C논문에서 c를 제안했었다'라는 식이다. 심지어 각 논문의 장단점조차 기술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빠짐없이 많은 논문을 인용해 레퍼런스를 채울 뿐이다. 이런 논문을 리뷰하다 보면 과연 저자가 인용 논문들을 읽어봤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관련 연구' 섹션은 단순히 인용이 충분한지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서론에서 지면관계상 담지 못했던 연구배경을 보강해 논리를 더 단단히 만들어주는 곳이다. 따라서 각 '논문이 내 논문에 인용된 의미'가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단점과 함께 내 논문과의 연관성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선행 논문을 나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 연구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인 기술 방법은 기술군이 아닌 시계열로 작성하는 것이다. 일종의 역사를 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마지막에는 내 논문이 존재해야 한다. 일단 수집한 선행 논문들을 출판(발표)된 시간순으로 배열하면, 연구의 흐름이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최초 논문에서 문제 1을 제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법 1을 제시하고, 같은 문제 1을 놓고 또 다른 논문은 개선된 방법 2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후 논문에서는 이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 2를 제기하며, 이를 또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3을 제시한다.


이때 각 논문에 대해 내가 판단하는 장단점을 함께 기술하면서 시간순으로 어떻게 기술 발전이 이뤄졌는지 흐름을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지금 내 논문이 제기하는 문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도출되었는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관련 연구가 '서사'가 입을 때 리뷰어는 논리에 빠져든다. 다시 말하지만 논문은 말 그대로 논하는 글이다. 의미없이 사실을 늘어놓는 글이 아니다.


논문은 완벽하게 계층적인 글


논문 작성에 또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서론에서 문제와 해법들이 제기되었으면 본론에서 반드시 그 방법론을 구체화시켜 다뤄야 한다. 실험 섹션은 철저히 제안된 방법에만 집중해 검증하는 지면으로 활용해야 한다. 서론에서 무언가를 제시했으면 본론과 실험에서는 명시적으로 다뤄야 하고, 반대로 본론과 실험에서 어떠한 결과를 보이고 싶으면 반드시 그 의미를 담아 서론에서 언급해야 한다. 주제에서 벗어난 사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면 논점이 희석되어 리뷰어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내 논문이 일관성을 유지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계층적 구성이 잘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초록-서론-관련연구-본론-실험결과-결론의 논문 순서에서, '서론' 섹션이 '관련연구-본론-실험결과-결론'을 함축적으로 잘 요약했는지를 확인하라. 또한 '초록'은 또다시 '서론' 섹션을 함축하고 잘 요약했는지를 확인하라. 이런 두 단계의 추상화(Abstraction) 과정이 잘 되었다고 판단되면 논문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작성된 것이다. 2단계 추상화가 잘 된 논문의 경우, '서론' 섹션은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나 연구원이 보아도 어떤 논문인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같은 분야의 엔지니어나 연구원은 '초록' 섹션만 읽어도 논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논문의 미학은 계층적 추상화



기타 작성 요령으로 영문 논문 작성 시 필자가 권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다소 호불호 문제이기는 하지만, 1차적으로 국문으로 작성 후 영문으로 바꿔 쓰는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영작문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우리는 국문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리를 치열하게 전개하는 과정과 국영문 번역이 두뇌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면 집중력이 분산되어 의외로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작성 시간이 문제라면 완벽한 국문본을 작성할 필요는 없다. 단락별로 논리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괄식 국문으로 작성해 두고, 영문본 작성 시 완전한 텍스트를 작성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사고 회로에서 논리 전개를 위한 기술과 국영문 번역 단계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뭐, 완벽하게 영어로 사고하시는 분이라면 상관없다. 영어로 바로 쓰시라. 이미지 출처=예나빠 태블릿



이상으로 논문 작성의 핵심 포인트 4가지를 살펴보았다. 모쪼록 이 가이드라인이 오늘도 논문 쓰기에 여념이 없는 대학원생, 연구원, 엔지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나아가 좋은 논문 이력이 이후 여러분의 커리어를 더욱 빛내주길 기원한다.


ps. 원래 오늘 특허도 함께 다루려 했지만, 지면 관계상 다음 주로 넘기기로 한다.



-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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