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없는데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는데

by 일요일은 쉽니다


한 번 그런 적이 있었어

몇 달 전에 한 번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너인 줄 알고, 너랑 너무 닮아서

뒤에서부터 멀리 다급하게 쫓아간 적이 있어


엄마랑 장을 보러 갔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며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카트를 밀고 앞으로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그렇게 사람이 많던 주말 저녁

순간 눈앞에 보인 모습에

마음이 돌덩어리처럼 내려앉더라고


그저 뒷모습이었을 뿐인데

너인 거 있잖아

너랑 너무 닮은 거

너랑 똑같은 거

키도, 체형도, 모자 쓴 것도, 옷 입은 것도

너인 거 있잖아

너랑 똑같은 거


너랑 너무 닮았길래

카트를 밀다가 놀래서 그만 그대로 멈춰 서버리고

그래서 뒤에 따라오던 사람이랑 부딪히고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얼른 다시

그새 너를 놓쳤을까 봐

사람들이 꽉 차 있던 그곳에서

네 모습을 다급하게 찾다가


그럴 리가 없는데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는데


사람들이 꽉 차 있던 그곳에서

카트를 맡기고선 “잠시만”이란 충분하지 않은 이유를 남긴 채

“잠시만요”를 반복하며 다시

네 모습을 다급하게 찾다가


그럴 리가 없는데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는데


애초에 그 뒷모습이 멀리 있었으니

그렇게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

사람들이 비켜줄 만큼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시 네 모습을 다급하게 찾다가


그럴 리가 없는데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는데


“잠시만요”



그렇지

맞아

그럴 리가 없었잖아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었는데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아, 죄송합니다”


그 사람도 나의 다급함에 놀라서

고개를 돌려 쳐다볼 때면

애초에 그럴 리가 없었는데

왜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했냐며 비웃듯이


“죄송합니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곳에 서서 나를 돌아볼 때

너무 놀라서 눈동자가 흔들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그럴 리가 없었잖아

너일 수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네가 이곳일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너일 수가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이상하지

정말 이상해

분명 너와 나, 우리

같은 마음이었는데

왜 너만 돌아서고

너만 멀어진 걸까


나만 좋아한 건 아닐 텐데

내 마음만 그랬던 건 아닐 텐데

너와 나, 우리 분명

같은 마음이었는데

왜 너만 돌아서고

너만 떠난 걸까


“그만 정리하고 잊어”


왜 너만

벌써 다 정리하고

벌써 다 잊었는지


“보내줄 때도 됐잖아”


왜 나만

이렇게 깊어지고

이렇게 길어졌는지


“죄송합니다”


왜 내 마음만

그렇게 깊어지고

왜 내 마음만

이렇게 길어졌을까


“넌 충분히 그럴 거잖아

나 없이도 살만하잖아

원래 미련하고 바보 같은 성격이라서

아직까지도 난 못 그래


넌 뭐가 그렇게 괜찮아

내가 이렇게나 아프잖아

나도 뭐가 뭔지 모든 것이 엉망이어서

이렇게 혼자 묻는 거야


마치 아무런 기억도

아무 걱정도 없는 것처럼

건강하고 웃고


마치 우리의 기억이 네겐 아무 의미 없는 듯이

후회하고 널 걱정하며 잠 못 드는 나와는 달리


나를 좋아했던 일도

사랑한 적도 없는 것처럼”


IMG_20161022_011250.jpg




Reference. 소란, “넌 행복해”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