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30대 파워J의 인생 난이도 극상 체험기
"와.. 오빠 그거 알아? 오빠 만나면서 진짜 별걸 다 해본다. 아침부터 삼겹살이라니"
"아침에 삼겹살 안 먹어봤어? 이거 한번 맛 들이면 장난 아닌데~"
그렇다. 나는 아침부터 장난 아닌 일을 감행하는 중이다.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가는 것은 계란 프라이도, 비엔나소시지도 아니다.
무려, 삼겹살이다.
진짜 배가 고팠다.
이제 막 한달을 향해 돌진하는 육아로 마음이 허해서도, 따뜻한 위로나 사랑이 고팠던 것도 아니다.
그냥, 배가 고팠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밤을 보내며 수유를 반복했고, 그런 날들은 일주일 넘게 지속되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사고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문장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화 과정에서 휴지가 생겼다.
'나이 먹고 육아하려니까 진짜 인생 빡세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나날들이다.
문제의 그날도 우리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재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tv 프로그램 '삼겹살 랩소디'를 곁들인.
고기 굽는 소리와 클로즈업된 삼겹살 화면을 보다 못해 결국 우리도 고기를 구워먹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냉삼 가자!
"내일 맛있게 구워 먹자!"
그날 삼겹살을 구매하며 나는 육아 전선에 참전한 전우를 다독였다.
물론, 이 문장 안에는 점심, 늦으면 저녁을 의미하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일과 수유를 끝내니 나의 1차 체력은 그새 동이 났음을 직감했다.
방전 상태인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냉삼. 그래, 냉삼을 뿌시자.
그렇게 나는 전날 육아로 뻗어버린 나의 전우를 깨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파워 J의 아침 식단 루틴'과 관련한 글을 공유했던 나였다.
그런데 아침부터 삼겹살이라니. 이건 나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즉흥적인 아침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아침상을 차리며, 문득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중학생 때, 아침으로 삼겹살을 먹고 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저건 별나라 얘기구나' 싶었던 기억.
그랬던 내가 지금 그 별나라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어쩌지.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사회에 찌든, 멋진 어른이니까.
묘한 일탈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에 구워 먹었던 냉삼은 정말 짜릿했다.
잘 달구어진 프라이팬 위에서 인정사정없이 구워지는 삼겹살은, 육아 난이도 극상 모드를 돌파 중인 우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음식 같았다.
비록 뜨거운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 바로 집어먹는 삼겹살집 특유의 분위기나 낭만은 없었지만, 자고 있는 아기가 깰까 봐 숨죽이며 욱여넣는 뜨거운 삼겹살은 또 다른 삶의 맛이었다.
아침 삼겹살이 가져다준 위안 덕분에 내 육아 라이프는 어제보다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
뜨거운 여름, 육아라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의 맛이랄까나.
아마도 아침 삼겹살은 당분간 자주 찾아올 손님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