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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Dec 01. 2024

굿바이, 미라클

이정도면 되었다.

미라클 열풍이 지나가고 달리기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거리를 달린다.

나도 한때는 그랬었다. 5시에 알람을 맞추고 기계처럼 눈을 떴다. 양치를 급하게 하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간다. 나는 거의 2년을 아파트 헬스장 첫 이용객이었다. 불을 켜고 창문을 열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러닝머신 위에 올라 걷고 달렸다.

새벽에 흘리는 땀은 유난히 더 짜릿했던 것 같다. 모두가 잠든 시간 나는 이렇게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교만도 실려 있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모두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원장님,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새벽에 일찍 눈을 뜰 수가 없어요.”

“당연하죠. 푹 자라고 먹는 약인데요. 말빛님은 아침 운동 보다 잠이 더 필요하니 하나는 포기하셔야죠. 게다가 삼차신경통 약까지 같이 드시니 더 힘들 거예요. 지금은 잠과 통증에서 벗어나는 것에 집중하셔야 해요.”


그리고 나의 일상은 변했다.새벽 운동을 포기했고, 시간을 쪼개 아등바등 열심히 하던 집안일에 완전히 손을 놓았다.나는 참 간사한 인간이다. 바쁠 때는 조금만 여유로워지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여유가 생기니 게을러졌다고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답답하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그것에 맞게 하루를 살아가는 현명함이 없거나 만족할 줄 모른다.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정말 게으른 사람일까? 그렇다.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보기 위해 만든 시간이니 나태해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미라클을 외친다고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 없다.


Miracle! 기적. 경이로운.

미라클 모닝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기적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여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호감의 시작’이라는 책에서 희렌최 작가는 미라클 에프터눈을 실천한다고 읽었다. 작가는 자신의 체력을 이유로 들며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오후의 4시간으로 정했다고 했다.


나는 밤 10시에서 12시.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대단한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보통만큼만 살고 싶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화려하지도 남루하지도 않을 만큼만 살아내면 그만이다.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살고 싶다.

아직 살아내는 삶에 가까운 나에게 Miracle은 그냥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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