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 禪, 善
자강自強
의욕이 없는 날 의욕을 내면 오히려 글씨를 망치는 일이 있다.
의욕이 없으면 의욕없는 글씨를 쓰면 되는데, 억지로 힘을 내 버리면 이상한 글씨가 나오는 것. 영감에서 피로감으로, 의지에서 무의식으로, 다르마에서 카르마로, 사랑에서 갈애渴愛로 기울기 시작하는 그 미묘한 지점을 매 순간 알아차린다. 뻘짓을 줄이고 할짓을 한다.
의욕이 없으면
없을만하겠거니,
그래, 의욕 없어도 돼.
오늘은 그냥 의욕 없자! 알았지?
오늘은 아무것도 만들면 안 돼! 알았지?
그러면 또 의욕이 스멀스멀 솟는다.
강제로 힘내지 않는다.
나도 남 달래듯 달랜다.
불순물
커피를 끊어보니 순간의 반짝임을 위해 하루종일 불순물의 반작용을 감당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커피를 끊어도 나는 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에 막 떠오르는 해가 인당을 때리는 - 이곳의 해는 너무 강렬해서 때린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 느낌에 더 민감해진 것이 차이라면 차이.
한 손에 연한 녹차를 들고 실눈을 뜬 채, 거실 한 구석으로 해돋이 간다. 빛깔마저 뜨는 해에 걸맞은 초록의 녹차는 조용히 나를 깨우고 생색 없이 떠난다.
요즘은 이런 사랑에 관심이 있다. 집에 남편이랑 주말에 둘이 있으면 이곳이 절간인지 가정집인지 헛갈릴 정도로 서로 조용하다. 그러다 저녁 먹을 때 만난다. 나는 만들고 그는 치운다. 그리고 또 헤어져 각자 오롯이 있다.
공자는 논어의 핵심이 인仁과 서恕라고 했는데, 인仁이 봄기운처럼 뻗어나가는 사랑이라면, 서恕는 서로 싫다는 거 안 하는 수렴적 사랑이다.
서로 싫어하는 짓만 안 해도, 그걸로 족할 뿐 아니라 충만이 흐른다. 그 충만은 또 봄기운처럼 뻗어나가게 되어 있어서, 상대가 원치 않는 사랑을 주고 싶게 만든다.
그러면 그때 또 한 번 참는다.
주지 않고 주는 법을 매일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