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다 사실이다. 완전히 꾸며낸 부분을 제외하고는."
-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중에서 인용 -
이 글과 이어진 일곱 가지 글의 주제는, '켈리 최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다음 질문을 검증해 보기 위한 것이다.
"2. 켈리 최가 한국 사회에서 관심을 받게 된 '유럽에서 엄청난 글로벌 기업을 이룬 사업가'이며, '6천 억대 자산가'라는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확정할 수 있는가?"
켈리 최는 한국의 수많은 언론과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를 자주 진행했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멘트가 '지금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 중인데, 또는 태평양의 작은 섬에 머무르다가,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이다. 그러면, 인터뷰 사회자는 놀라면서 존경의 눈빛과 부럽다는 멘트를 날린다.
요트와 세계 일주는 우리의 감성을 폭발시키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마법 같은 말이다. 이 두 마디에 우리의 모든 의심과 경계심은 사라지고 두 가지 느낌만 남는다. 엄청난 요트를 타고 다닌다니 부자임에 틀림없고, 세계일주라니 너무 멋있다. 켈리 부러워요. 너무 멋있어요.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켈리의 부자 이미지와 모험을 즐기는 낭만적인 실천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상징물인 그녀의 요트가 궁금했다. 요트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으니 대부분 다른 세계적인 부호들의 탈만한 크고 화려한 요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었다. 간혹 여행 과정을 담은 영상이 있었지만, 요트의 일부분만 보일 뿐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연히 켈리 최의 요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래는 켈리 최가 현재 가족들과 요트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직접 올린 영상의 한 장면이다. 멋진 요트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은, 우리 모두에게 '저렇게 크고 멋진 요트를 타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니 너무 부럽다'는 우리의 부러움과 간절한 욕망이 넘쳐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래는 KBS 아침 마당에 소개된 사진이다. 여기도 배경으로 크고 고급스럽고 멋진 요트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에 와서 각종 매체에 영국 여왕보다 부자고, 세계적인 셀럽인 데이비드 베컴보다 더 부자라고 자랑하는 켈리 최가 세계일주를 하며 타고 다닌다는 요트가 궁금했다. 하지만, 요트 위에서 찍은 대부분의 사진은 일부분만 나와 있어서 전체적인 크기와 형태를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유럽의 부자들이 타고 다니는 크고 화려한 요트와 동일할 것으로 짐작하고만 있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켈리 최를 좋아하는 어떤 교민분이 정박 중인 켈리 최의 요트를 방문하여 직접 찍어서 공개한 영상을 발견하였다. (원본 영상은 다음 유튜브 링크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파나마 부부 식탁, https://youtu.be/C8fn55t2QXc?t=78 )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발견한 켈리 최의 요트의 크기와 형태는 다음과 같았다.
영상에서 요트 위에 신발을 넣어서 층층이 걸어 둔 슈퍼마켓 비닐 쇼핑백과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빨래집게가 인상적이다. 소탈함 보다는 공간 부족과 시설 부족에 따른 옹색함처럼 보인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유럽 부자들이 타는 멋지고 편안하고 화려한 요트라고 보기에는 많이 아쉽다.
물론, 아무리 작아도 요트의 기본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저 정도의 요트는 유럽에서 흔하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전문직을 은퇴한 평범한 유럽인 부부도 같은 급의 요트를 구입해서 철 따라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고 다닌다. 부부가 일일이 돗을 조정하고 피곤하고 힘들어서 요즘은 자주 못 나간다고 불평이 많다. 유럽의 요트 선착장에서는 흔한 보급형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뭐, 자신의 작은 요트에 대해서 "나는 성격이 소탈해서 사람들 눈에 띄는 큰 요트는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평소에 사람들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그녀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나는 미소로 반응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성형한 얼굴에 진한 메이크업을 하는 그녀가,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물고기를 치켜들고, 또 검고 큰 눈이 보이는 대형 어류의 포 뜬 붉은 살점을 옆에다 펼쳐 두고 피 묻은 장갑을 낀 채 환하게 웃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그녀가,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무동력으로... 무동력으로 가려면 요트가 작아야 한다..."라고 긴 설명을 주절주절 덧붙인다고 해도 (대체 이건 무슨 컨셉인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나도 모르게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려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망한 듯한 눈빛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다급하고 안타까운 심리를 짐작할 수 있으니까.
"부자들이 타는 요트가 정해져 있어요? 부자라도 그런 요트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지적을 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재산을 갖고도 검소한 생활로 칭송을 받는 부자들도 있다. 부자라고 해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다. 당연히, 부자들이 타는 요트의 크기와 모양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부자들이 타고 다니는 요트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혹시, 그녀가 우리가 갖고 있는 부자들의 요트에 대한 이미지를 자신에게도 상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질문해 보고 싶을 뿐이다.
검소한 삶을 사는 부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부유함을 자랑하고 과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자동차를 타거나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아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을 받는다. 그에 반하여, (돈이 너무 많아서) '돈을 죽을 때까지 쓸 수도 없다'거나, 영국 몇 백대 부자라거나, 집이 전 세계에 몇 채나 되고, 요트를 타고 일 년 내내 세계 일주 여행을 한다고 자랑하고, 유튜브 등에 그럴듯하게 꾸민 자신의 집을 보여주며 한국 대중들에게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검소한 삶을 추구하고 자신의 부유함을 감추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좋고 비싼 것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으면 구입하고, 그것이 비싸고 좋은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 같은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녀가 실제로 타고 다니는 요트는 우리의 기대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길도 없고,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주택의 소유권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도 없다. 우연히, 한국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엄청난 부자'라는 이미지의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 '세계 일주 요트'를 발견해서 확인해 본 것이다. 그녀의 요트는 기대와는 달랐고, 그 요트의 크기와 모양새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없는 나머지 부분의 진실 여부를 추측하고 질문해 볼 뿐이다. 진짜 그 정도 부자가 맞아?
한국의 수많은 신문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베컴은 자신보다 훨씬 뒤에 있고", "베컴보다 돈이 많다"라고 켈리 최가 홍보한 자료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의 어느 신문사의 흥밋거리 기사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국 내에서 베컴의 홍보를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근거 없이 베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런 내용에 펄쩍 뛰고 항의할 위험성이 있는 홍보 방식이라 생각된다.
그녀는 무슨 근거로 "베컴보다 돈 많다"라고 한국 언론에 저렇게 떠벌리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그녀가 깔보는 베컴의 요트는 작고 소박한 그녀의 요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런 정도의 화려한 요트를 타는 세계적인 셀럽인 베컴도 자신보다 '훨씬 모자란 듯이' 비유하면서 자신을 자랑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바닷속 복어처럼 아무리 바람을 넣어 자신의 모습을 부풀려도, 실제로는 그녀의 인지도와 부유함은 베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듯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가난했던 금례(등록된 본명)에게는 켈리(유럽에서 새로 지은 가명)의 작은 요트도 큰 꿈을 이룬 것 같을 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작은 배 하나도 없는 사람들에게도 요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꿈같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바다가 두렵고 요트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자랑할 일인가 싶을 뿐이다. 그래서, '요트 타고 세계일주를 한다'라고 동네방네 자랑할 일인가 싶을 뿐이다.
혹시, '요트'와 '세계일주'라는 말로 한국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부자의 이미지를 차용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요트 위에서 찍는 켈리 최의 영상에는 대부분 켈리 최의 작은 요트에 비해 더 크고 멋있고 화려한 요트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혹시, 켈리 최가 자신의 영상에 배경으로 설정하고 찍는 진짜 부자들의 더 크고 화려한 요트를 볼 때마다 내심 부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때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가맹점을 닦달하고, 한국에서도 강좌도 팔고, 유튜브 영상도 올리고, 모자도 팔고, 셔츠도 팔아서 열심히 수익 사업을 벌이려는 동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상상과 기대 속에서 우리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했던 켈리 최의 요트를 보고 실망하였다고 해도 켈리 최의 잘못은 없다. 켈리 최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뒷 배경의 크고 멋진 요트를 보고 켈리 최의 요트를 그렇게 상상한 우리의 잘못이다. 켈리 최의 잘못이라면, 항상 우리가 과장되게 미루어 짐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에 이끌려 모두 그렇게 짐작한 우리의 잘못이다.
동일한 이미지 유도 기법이 한국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다양한 시도가 있는지 모른다. 우리 눈앞에서 흔들고, 이 쪽 저 쪽에 흩어 뿌리는 현란한 정보에 정신을 잃고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어느새 그녀가 기가 질릴 정도의 엄청난 부자라고 믿게 되고 그녀를 추앙하게 된다.
삶이 힘들수록, 부에 대한 갈망이 절박할수록, 성장에 대한 욕구와 동기가 절실할수록 당신은 길들이기 쉬운 상대다. 레드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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