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름다운 별들의 사랑 이야기
Aloha,
2019년 봄학기.
석사 2년 차 때 5번째 개인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졸업전시 예행연습이다 생각하고 개인전 준비를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참 많이 막막했습니다. 그림을 그냥 그리는 것이 아닌 한국적인 내용이 들어간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한국적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때마침 알라모아나 쇼핑몰 안에 있는 일본 디저트 가게에서 타나바타, 우리나라 말로는 칠월칠석 기념 디저트 및 소원을 비는 나무를 전시해 두었습니다.
칠월칠석, 타나바타.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
한국에만 있는 설화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일본과 중국에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견우직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그리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만 같았습니다.
견우직녀 이야기 중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태양'이었습니다. 서로가 만날 수 있는 날에 바라본 희망과 기쁨이 가득 찬 태양. 그리고 다시 일 년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슬픔이 가득 찬 태양. 같은 일출이어도 서로 상반되는 감정을 담을 수 있다니. 감정과 색깔을 공부하던 저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창문으로 되어 있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양을 표현해 보고자 네모난 모양으로 형태를 잡았습니다. 일출은 보통 '희망'을 상징하니 열정이 가득한 빨간색과 아름다운 하루를 의미하는 핑크색을 같이 배치하였습니다. 슬픈 날은 '눈물'이 연상되는 하늘색과 차갑게 얼어붙어가는 마음을 상징하는 차가운 계열의 보라와 남색을 배치하였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림을 보면 구도와 색깔 의미가 기억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온 마음을 다해, 그리고 온 정신이 그림에 쏟아져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5년 전에 비해 그림이 많이 늘었는가. 그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퇴화했다고 혹평을 들어도 솔직히 할 말은 없습니다. 아등바등 제 또래처럼 삶을 살아간다는 핑계 같은 이유로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 별개로 어떻게 그림을 열심히 그려야 할까요. 아니, 시간 분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야 할까요.
본업인 작가와 부업인 또래처럼 직장 생활을 하는 방법, 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만 있지 실제로는 두 마리 다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는 마음속에 묻어둔 꿈이 실현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금 작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또다시 생각의 뫼비우스 띠 속으로 빠지는 것 만 같아 답답합니다.
하와이에서 이 그림을 볼 때는 빨간 부분만 눈에 잘 띄었는데, 파란 계열 색이 더 눈에 들어오는 요즘입니다.
Maha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