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셔츠 입고 노스쇼어 가기
여행은 떠나는 순간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설렘을 안겨준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한 이동, 여정 그 자체가 피로가 되기도 한다. 나의 기대만큼 타인의 기대가 높은 장소에선 높은 인파의 밀도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순간 밀려오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여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여행이라는 타이틀 아래, 빠져나간 에너지만큼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나는 노스쇼어로 여행을 떠났다.
이미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카피처럼 나는 머물면서 살아가는 여행자였다.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하와이는 나의 일상이었고, 알로하셔츠를 입고 노스쇼어를 가는 일은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여행 같지 않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배낭을 메고 숙소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여행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여행
관광지의 긴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여행
카메라를 두고 온 사실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오래된 마을 구석구석을 천천히 걷는 여행
좋은 호텔에 묵는 대신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여행
주머니를 털어 산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해지는 여행
오아후섬의 남쪽이 와이키키라면 반대편 북쪽에 이름 그대로인 노스쇼어(north shore)라는 마을이 있다.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두 지역은 다른 풍경을 하고 있다. 화려한 와이키키와는 달리 노스쇼어는 모든 게 소박하다. 노스쇼어의 올드타운인 할레이바는 작고 아담한 시골 마을로 풍경마저 정감 어리다. 거리를 오가는 차들도 사람도 적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게들도 사랑스럽다.
일렬로 쭉 이어진 길가에는 하와이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와이 3대 버거라는 쿠아이바 버거를 먹거나, 알록달록한 레인보우 쉐이빙 아이스를 맛보며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하와이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향기로운 화장품의 샘플을 테스트할 수도 있고, 은빛으로 빛나는 하와이안 주얼리샵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하와이풍의 디자인이 가득한 소품샵이다. 나도 모르게 발길을 옮긴 소품샵에서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에 눈도 마음도 즐거워졌다.
현지 아티스트의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도 꽤 많다. 파도를 타는 서퍼, 바다와 야자수, 훌라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하와이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테두리에 검은 선을 둘러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거울과 유리의 중간 정도 되는 소재로 반짝이는 하와이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그림을 걸기만 해도, 당장 하와이를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당장이라도 멋진 그림 한 폭을 사 가고 싶지만 돌아갈 짐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액자에 걸어 놓을 엽서를 집어 들었다.
뜨거운 태양의 기운과 따갑게 내리쬐는 볕을 피하기 위한 그늘은 늘 반가운 장소다.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있어도 눈 부신 햇살은 눈을 찡긋하게 만들어 버린다.
노스쇼어의 가장 큰 풍경은 바로 햇빛.
노스쇼어에선 선명하고 투명한 빛으로 모든 색채가 되살아났다. 한동안 채도가 높은 강렬한 풍경을 받아들인 눈을 잠시 감아본다. 코끝에 닿았다가 떠나는 바람 사이로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날아온다. 노스쇼어의 평화로운 정경이 모든 감각을 통해 전해져 온다.
햇살 한 웅큼, 바람 한 뼘에도 감각이 되살아나는 여행.
그것이 바로 여행이 일상이 된 여행자의 여행
<하와이 로망일기, 와이키키 다이어리>
평범한 대한민국 30대가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났던 하와이 한량 생활기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만나고 돌아온 85일간의 와이키키 다이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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