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May 31. 2022

미국에서 5년 동안 직접 머리를 잘랐던 이유

미국 미용실에서 파마한 후기

미국에 가기 전에 미용실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중학생 때 이후로 해보지 않았던 단발머리에 펌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펌이 점점 풀리고 머리가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펌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모가 다니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기로 했다. 고모도 동양인이고 계속 고모 머리를 손질해줬던 친구라고 들어서 믿을 수 있었다. (한인타운에 있는 미용실은 6시간 걸려서 너무 멀었다.)


머리하기 몇 달 전/ 머리한 후


그런데 머리가 히피펌처럼 나왔다. 예쁜 히피펌도 아닌 그냥 옛날 파마머리 같은 그걸 스타일이었다. 전혀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닌데, 의사소통의 문제였는지, 미국과 한국의 펌 스타일 차이였는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예쁘게 머리 해주시는 한국 디자이너분들 때문에 미국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는지 영어도 못 하면서 무슨 찰떡을 기대한 건지...


결과물을 보고 바로 울고 싶었지만 고모 친구분이셔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했다. 그래서 미용실을 나와 차에 타자마자 울었다. 조금이라도 펌이 풀리길 바라며, 집에 가서 머리를 감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머리 생각보다 강하게 곱슬거렸다. 인생 최고로 망한 머리 때문에 학교에 어떻게 가냐며 어린애처럼 울었다. 한번 망친 머리는 다시 복구하기 어려웠고 나는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희망하며 매일 아침 고데기로 머리 손질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나는 절대 미국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용 가위를 사서 내가 직접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탈색머리가 없어질 쯤 한국가는 비행기 안


펌이 망한 뒤로 계속 머리를 길러서 커트는 셀프로 하기 쉬웠다. 짧은 머리가 어렵지 긴 머리는 그냥 대충 잘라도 괜찮게 보였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혼자 앞머리 자르다 처피뱅 만든 이후 절대 셀프로 하지 않았던 앞머리도 도전했다. 시스루뱅!

 

탈색 머리가 거의 다 잘렸을 때


내 머리 말고 사촌 언니랑 큰엄마의 머리를 잘라 준 적도 있었다. 내 머리가 아닌 사람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결과물에 대한 고객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비싼 뷔페 가서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었다.


핑크색이 빠진 탈색머리


셀프로 커트를 1년 정도 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핑크 머리를 한다고 셀프 염색에 도전하게 되었다. 유튜브로 찾아보고 헤어용품 파는 곳에 가서 물어보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탈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탈색을 2번 했는데도 노란색이 잘 빠지지 않았다. 셀프 염색도 처음인데 거기다 탈색까지 그냥 막 해서 그런지 머릿결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염색 최대한 예쁜 핑크가 나올 수 있게 3번째 탈색까지 하며 최선을 다했다. 처음으로 도전한 핑크 머리는 생각지도 못한 핫핑크가 나왔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러웠다.


너무 핫핑크가 나와서 당황했던 첫번째 핑크머리
그나마 내가 원한 컬러에 비슷하게 나왔던 두번째 핑크머리



염색도 커트도 내가 직접 하는 게 익숙해져서 방학 때 한국에 나와도 미용실은 가지 않았다. 탈색해서 펌을 할 수 없으니깐 더욱더 미용실에 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이렇게 셀프로 4년 동안 머리를 하다가 탈색 머리가 다 잘려서 없어질 때쯤 방학 때 한국 미용실에 가서 다시 펌을 했다.



역시 내가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한국 미용실!!!

미용실에서 커트한 뒤에는 셀프 커트가 더욱더 쉬워졌다. 머리끝 상한 부분만 자르면 되니까!


그리고 이 머리를 할 때 4년 동안 내가 머리를 자르며 관리를 했다고 하니 헤어 디자이너분이 커트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빈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헤어 디자이너 해보지 않을래요?'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귀국 때 머리 셀프 염색


파마 사건 이후로 대학 졸업 때까지 셀프로 머리를 잘 관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 후에는 머리가 하고 싶으면 바로 미용실에 갔기 때문에 미국에서 5년간 발전시킨 내 커트 실력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도 역시 헤어 디자이너분들이 해준 머리랑 내가 한 머리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만 내 커트 실력은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래도 가끔 셀프 염색은 하고 싶다. 머릿결은 포기해야겠지만.







이전 04화 6년 배운 일본어 미국에서 사용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