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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ar 30. 2022

6년 배운 일본어 미국에서 사용하기

일본어로 듣고 영어로 말하기

중1 때 문화교류 목적으로 일본 친구 집에 홈스테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면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했고 고등학교에서도 일본어를 선택해서 고3까지 6년 동안 일본어를 공부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점점 잊어버리고 있던 일본어를 미국에서 가서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내가 다닌 대학은 한국인은 없어도 중국인이랑 일본인은 꽤 있는 편이었다. 중국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오는 애들이 많았고 일본인은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많이 왔다.


중국 애들보다 일본 애들이 친해지기 더 쉬웠다. 중국 애들은 거의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끼리 대학에 같이 와서 그런지 중국인들끼리 어울리는 편이었다. 일본 애들도 일본인들끼리 자주 모이긴 했지만 미국에 있을 시간이 짧기 때문에 더 많은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쉽게 일본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일본어를 공부했었다는 걸 알게 된 일본 친구들은 나한테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어로 말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잊어버렸다. 그래도 일본 드라마나 코난 덕분에 듣기는 어느 정도 이해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어로 말을 거는 친구에게 나는 영어로 대답을 해야 했다.


"Amy, 一緒にWalmartに行く?" (에이미, 같이 월마트 갈래?)

"Sure!" (구랭!)



처음으로 놀러 간 도쿄



대학에서 친해진 일본 친구들 덕분에 일본 여행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사귄 일본 친구들은 한 학기가 지난 후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났다. 나도 미국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여름방학에 한국에 가게 되어서 우리 모두 각자 나라로 돌아갔다. 일본 친구들과 헤어질 때 서로 '한국에 놀러 와', '일본에 놀러 와'라고 말하며 아쉽게 헤어졌지만 내가 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우리는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일본에 가기로 결정한 건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비투비를 엄청 좋아했는데 비투비의 일본 음악을 듣고 싶어서 중고 나라에서 앨범을 구매했다. 지금은 멜론을 통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그때는 일본 앨범 음원이 멜론에 없었다. 그런데 사기를 당했다. 인생 처음으로 당한 사기였다.  한번 사기를 당하니 다시 중고 거래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앨범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해 일본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미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쌓인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비행기 표를 구매할 수 있었고 숙소도 일본 친구 집에 머물 수 있게 되면서 사기 당하고 4일 뒤 바로 일본 가는 비행기를 탔다.


도쿄에 사는 친구가 관광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무작정 일본에 놀러 가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쿄의 지하철을 매우 복잡했고, 생각보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통역도 해주고 가이드도 해주는 일본 친구에게 엄청 고마웠다. 그리고 그 친구 동생 덕분에 나는 비투비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비투비가 도쿄에서 하이터치? 뭐 이런 팬미팅 같은 걸 했는데, 비투비 앨범 때문에 일본에 온 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소식을 알려줬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못 본 비투비를 일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학에서 부전공을 선택하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일본어였다. 

미술 역사로 말아먹은 GPA를 살려줄, 아주 쉽게 A를 받을 수 있는 클래스가 필요했었다. 말은 좀 못하지만 그래도 6년 동안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쉽게 A를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은 일본어로 에세이를 써오면 기초반을 스킵하고 내 실력을 맞는 클래스에 넣어줄 수 있다고 하셨다. A도 많이 받고 이력서에 일본어 부전공이라는 학력 하나를 더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결과적으로 전공 클래스 때문에 부전공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도 교양으로 일본어 클래스 2개는 들을 수 있었다. 


스탠드 켜 놓고 밤에 공부하던 중



내 일본어 클래스는 70%의 6년 동안 공부한 결과와 30%의 일본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해준 내 룸메가 제일 큰 도움을 줬었다. Basic이 아닌 Intermediate 중급반 클래스부터 들을 수 있었는데, 이 클래스부터는 한자를 쓰는 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자를 너무 몰라서 힘들었다. 외우는 건 진짜 못하는데 왜 한자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건지... 고등학교 때도 한문은 진짜 못했는데, 한자를 외울 때면 내가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Perfect Student이었다.


한자를 빼면 수업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영어로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2개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해야 해서 조금 복잡했지만 재미있었다. 일본에 덕분에 꼭 필요했던 소중한 A 두 개를 받고 GPA를 조금 올려서 잘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 일본어는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종종 일본 친구들과 연락하며 일본어 덕분에 만들어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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