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팡 May 13. 2024

허무함의 극치

딸 유치원 등교 준비.

양치질 시키고 옷을 입힌다.

그때 발견한 바지의 조그만 구멍.


딸은 속상해했다.

입고 싶은 옷에 구멍이 나서.

다른 옷을 입으라고 하니 싫다고 한다.

그럼 그냥 입고 가라고 하니 친구들이 놀릴 거 같아 싫다고 한다.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냥 침대에 앉아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딸.

유치원 버스 시간은 다가오는데.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입히고 밖으로 나왔다.

원래 입고 싶어 했던 구멍 난 바지로.

딸은 펑펑 울며 따라왔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꼭 안아줬다.

조금 진정이 될 때쯤 도착한 버스.

그런데 유치원 선생님을 보니 또 펑펑 울기 시작한다.

아까보다 더 서럽게.


내가 무슨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못된 아빠한테서 벗어나 지원군을 만난 상황처럼.

솔직히 나올 때 한마디 했다.

"그렇게 떼쓸 거면 유치원 가지마."


그래도 허무했다.

아침까지도 옆에 꼭 붙어있던 애가

지금은 유치원 선생님이 자기편인양 펑펑 울고 있다.

자기 반 담임도 아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선생님한테.


하나님한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다 잘해주다가 한 가지 안 해줬다고 삐진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리고 세상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 풀려는 것까지.

하나님도 마음이 아프셨을까.


이전 14화 튀김이 선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